[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37) 노년(老年): 생물학 현상이 아닌 문화 현상

2023. 7. 3. 18:57신문연재/인천일보(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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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37) 노년(老年): 생물학 현상이 아닌 문화 현상 - 인천일보

“노년에 대해 한번 써봐.” 책 좋아하는 대학 동창이 전화 끝에 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며칠 새 노년이라 할 분들에게 들은 말이 있다. “간 선생, 조심해서 글 써야 해. 아! 저 사람들이 좀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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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대해 한번 써봐.” 책 좋아하는 대학 동창이 전화 끝에 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며칠 새 노년이라 할 분들에게 들은 말이 있다. “간 선생, 조심해서 글 써야 해. ! 저 사람들이 좀 포악해야지. 잘못하면 해코지 당해.” 내 또래에게 들은 말이다. “자네가 그런 글이나 쓰니까, 그렇게 사는 거야. 자네 글 누가 보나.” 70대에게 들은 말이다. “아범! 나쁜 사람은 피해. 그렇지 않으면 세상 살기 힘들어. 세상이 다 그래.” 80대이신 어머니께서 고추밭에 농약 주고 올라가는 나에게 하신 말씀이다.

노년이란 무엇일까? 현재 노인을 규정하는 우리나라 기준은 나이 만 65세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짠 1964년에 도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빈곤통계연보는 참혹하다.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이 72.1%에 달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빈곤 상태이다. 노령인구가 늘어나며 우리나라 노인의 사회생활이 열악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이다.

 

하지만 선거[정치]를 보면 완연 다르다. 노년층에 의하여 선거가 결정된다. 20대 대통령선거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세대별 예상 득표율을 본다. ‘전체 지지율 최종: 20대 이하3040506070대 이상순으로 보면 이렇다.

이재명 후보: 47.8%: 47.8%46.3%60.5%52.4%32.8%28.5%이다.

석열 후보: 48.4%: 45.5%48.1%35.4%43.9%64.8%69.9%이다.

통계를 분석한 자료엔 윤석열 후보 당선의 최대 공로자는 60대이고 70대 이상은 60대보다도 더욱 보수 지지세가 압도적이라 하였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렇게 정해졌다. 다른 세대보다 20%가 높다는 것은 다른 세대와 정치성향이 뚜렷이 다르다는 반증이요, 하나의 문화 현상임에 틀림없다.

 

살아갈 날이 많은 연령층이 아닌, 상대적으로 살아 갈 날이 적은 노년층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사실이 20만 표로 보수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었다. 그러니 이 땅에서 노인은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또 살아 갈 날이 적다는 말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후대보다 더 많이 받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정치에 작동하는 노인 문화 현상, 노인의 강력한 힘을 후대를 위한 파수꾼으로 사용해야 한다. 후손들의 행복한 나라로 만드는 것은 노인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순응이 아닌 끊임없는 전진이어야 한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고 정체된 사회는 도태되기 때문이다. 장애물은 선입견편견이다. 누구나 키우는 제 떡국 수만큼 나이든 이 두 마리 개를 삼가 경계해야 한다. 옳은 것 옳다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해야 세상은 나아가서다. 그러나 요즈음 내가 노인 분들에게 들은 말은 사회에 순응하라는 충고이다. 이 충고를 들으면 내가 없다. 타인의 시선으로 정의되는 나는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 다닐 때, 철학자들 책 한 권쯤은 끼고 다녔다. 그때 베스트반열에 올랐던 책을 쓰신 분이 요즈음도 정정하게 강의하시는 것을 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분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하신 일이 무엇일까? 군사독재시절 저 분은 젊은이들이여! 꿈을 꾸어라역설했지만 독재자들에게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자신의 제자가 민주화를 외치다 감옥에 가도, “책상을 탁 치니 하고 죽었다라는 황당한 거짓말을 늘어놓아도 단 한 마디 하지 않는 분이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주는 글을 쓴 지성인인가?

 

가끔씩 생물학적 명칭인 노인보다는 어르신이라 부르자고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다면 노인은 몸이 이 땅에서 사라지기 전에, 이 세상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후손에게 행복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후대를 위해 파수꾼으로서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노인을 어르신으로 존경하는 나라는 거기서 만들어 진다. 어르신은 몸은 비록 늙어가도 정신은 익어가야 한다. 그래야 당당히 지하철 자리에 앉을 우선권을 부여 받고 나라 상감님도 늙은이 대접은 한다라는 속담도 제 자리를 잡는다.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60대 이상이 후대 세대보다 20%만큼 달랐다. 이 통계는 노인이 노인다울 때 나라가 반드시 나라다워진다는 유추를 가능케 한다. 후대 보다 창의적이고 더 정의롭고 더 행동해야 할 당위성을 지닌다. 그럴 때, 노인이라서가 아닌, 격조 높은 인품을 지닌 어르신으로 존중 받는다.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학문을 하고 글 쓰는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본다. 학문은 연구를 하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한다. 논문은 독창성, 윤리성, 검증가능성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1조건이 바로 독창성이다. 독창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는 창의성이다. 당연히 문제를 찾아 분석하고 비판하려는 의식이 없으면 안 된다. 작가로서는 세상을 치열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옳은 것 옳다하고 그른 것 그르다하고 선은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게 진실한 글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찾기 위한 작가의 비평적 태도는 그래 중요하다. 정의와 불의를 구별하지 못하면 작가는 작가가 아니요, 글도 글이 아니다.

내가 사회에 순응하면 내 학문은 진일보하지 못하고 글은 헛소리만 해댄다. 그러니 저 위 노인들의 충고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간 선생, 정의롭게 글 써야 해. ! 저 사람들이 포악하지만 글 쓰는 이는 그래야하지 않나. 내 끝까지 지지함세.” “자네, 그런 글을 열심히 쓰시게. 자네 글을 주위에 알리겠네.” “아범! 남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선생 아닌가. 나쁜 사람을 보고도 못 본체해서야 되겠는가. 그래야 세상이 좋아지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 나라는 세대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이다. 노인들이 노인다워야 나라가 바로 선다. 중요한 것은 나이 듦이 아니라 어떻게 노년을 보내는 거냐이다. 철학자이며 여성운동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1908~1986)노년이란 책이 있다. 그니는 책 말미에서 정당하고 참여적인 인생을 살라 주문하였다. ‘노년의 삶과 대립되는 것은 죽음이 아니고 살아있는, 깨어있는 노년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렸을 때 가장 광채를 발하듯이. 이러할 때 노년은 단순한 생물학 현상이 아니라 문화 현상이 되고 후대의 파수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