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34) 리바이어든 : 상식이 '이상'인 나라?

2023. 5. 23. 09:16신문연재/인천일보(평론)

 
 

[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34) 리바이어든 : 상식이 '이상'인 나라?

“신경 쓰지 마세요. 4년만 기다리면 돼요.” 엊그제 지인과 만난 자리, 충고 아닌 충고를 한다. 사실 이 이만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에게서 저런 말을 들었고 듣는다.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을 사유화하여 제 멋대로 휘둘러 발생한 일이다. 어떻게 대명천지에 노동자가 공권력에 위협을 느껴 분신(焚身)을 하는가. 한 언론사에서 이를 두고 '기획성 분신'이란 악마성 보도를 내보내도, 이를 국토부 장관이란 자가 인용해도, 분노하거나 항거하지 말잖다.

국민이 자기 권리,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저항하는 권리를 저항권(抵抗權, Right of resistance)이라한다. 저항권은 국가권력에 의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행해졌을 때, 헌법 보호 행위이자 기본권 보장의 최후 수단이다. 우리 헌법에 4.19혁명을 전문에 수록한 것도 이 저항권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지인에게 물었다. “국민으로서 4년을 방관자로 우두망찰 서서 기다리면 4년 뒤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까요?” 답변이 돌아 왔다. “완전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겠지요.”

'F=ma',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2법칙으로 '가속도의 법칙'이다. F는 힘(force), m은 질량(mass), a는 가속도(acceleration)다. '힘'은 정지하고 있는 물체를 움직이며 속도나 운동방향을 바꾸고 형태를 변형시킨다. '질량'은 어떤 물체에 포함되어 있는 물질의 양으로 장소나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물질 고유의 양이다. '가속도'는 시간에 대한 속도 변화의 비율을 나타낸다. 물체의 가속도는 힘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며, 힘의 크기에 비례한다. '질량'과 '가속도'는 '힘'이 없으면 절대 변화하지 않는다. '힘(F)'이 0이면 '가속도(a)'도 0이다. '질량'은 아무 변화가 없다.

세상에 남을 단 한 글자를 찾으라면 '변할 변(變)자'다. 내가 글을 쓰는 이 순간, 독자가 글을 읽는 그 순간에도 세상은 변한다. 대인호변(大人虎變, 대인은 호랑이 털 바뀌듯 변함), 군자표변(君子豹變, 군자는 표범 털 바뀌듯 변함), 소인혁면(小人革面, 소인은 얼굴빛만 변함)이라 했다. 『주역』 64괘(卦) 중, 49 '혁괘(革卦)'에 보인다. '혁괘'의 '혁(革)'은, 물은 불을 끄고 불은 물을 말리는 것처럼 '변화'를 뜻한다. '호변', '표변'이 어려우면 '혁면'이라도 해야 소인이 된다. 한순간도 멈춤 없이 변하는 세상이다. 한 나라를 보전하여 지키려면 끊임없이 변하고 변해야만 한다. 변하지 않으면 후일 역사는 부패하여 썩은 내가 온 나라에 진동한다고 서술한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멸망한 21개의 문명권을 조사했다. 그 패망 원인은 '중앙집권화와 소유권, 변화에 대한 부적응'이었다. 역사는 진보와 퇴보만 있을 뿐이다. '힘(F)'이 작동하지 않으면 가속도가 없듯이, 민중의 힘이 작동하지 않으면 역사는 변화하지 않고 끝내 멸망으로 이어진다. 변하는 세상에서 역사란, 답보가 없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대통령의 성의 없는 기념사는 5분 만에 끝났다. 기념사에 민주화를 말하였지만은 그 온도는 차디찼다. 민주화를 말하나 정작 그 기념사는 이 나라 민주주의의 퇴보 증명서요,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작동기제일 뿐이었다. 더욱 뜨악한 것은 “광주·호남에 AI와 첨단 과학” 운운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을 되새기고 헌법적 가치를 말해야할 자리다. 웬 'AI'와 '첨단 과학'인가. 이 날은 국가가 국민에게 가한 폭력을 사죄하고 다시는 국민이 준 힘을 국민에게 쓰지 말아야함을 상기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추모하는 법정기념일이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렇게 선서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직무상 의무는 다섯 가지로 ①헌법 수호 의무, ②국가의 독립·보전 의무, ③직무 수행 의무, ④겸직 금지 의무, ⑤평화 통일 노력 의무이다. 하지만 ①은 대법 판결 무시한 제3자 변제로, ②는 일본과 미국에 대한 굴종 외교로, ④는 검찰공화국으로 만드는 검찰총장 겸직으로, ⑤는 북한과 대화는커녕 반목과 질시로 전운을 감돌게 만들었다. 이러니 대통령으로서 직무 수행은 20~30%로 고정층만 지지한다. 이 정부는 1년동안 국민과 불통(不通)·정부의 부도덕(不道德)·법치의 부조리(不條理)인 '3불(不)'과 정치 무능(無能)·인문 무지(無知)·단순 무식(無識)·예의 무례(無禮)·비전 무책(無策)인 5무(無)만 보였다. 이로 미루어 ③대통령직 직무수행 의무는 방기(放棄)로 보아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전제군주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들고 권력 기관들은 백성들을 겁박한다.

17세기 영국 철학자 홉스는 이러한 국가를 악의 상징인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 했다.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레비아탄에서 따온 영어식 표현이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그들만의 기형적인 괴물 국가가 되었다는 뜻이다.

오늘날 미국을 태동케 한 영국 출신 미국 독립운동가 토머스 페인(Thomas Pain,1737~1809)의 『상식』이란 책이 있다. 페인은 이 '상식' 두 글자로 미국의 건국을 이끌었다. 페인의 말을 빌리면 “상식”이 바로 최고의 '혁명구호'이다. 2023년 대한민국, 백성이 위임한 자들도 위임을 맡긴 백성들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회는 어떠한 것이라도 축복이지만 정부는 최고의 것이라도 필요악일 따름이다. 최악은 참을 수 없는 정부다. 정부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통을 겪을 경우 우리는 차라리 정부가 없는 나라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수단을 우리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불행은 더욱 커진다.”

지금 이 나라에는 상식이 필요할 때다. '상식'이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 다시 이 나라가 거대한 절대 권력 리바이어던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와 국가는 야만이다. 저 위 뉴턴의 공식을 'F[국민의 저항]=m[국가]a[국가의 변화]'로 바꾸어 본다. 국가의 변화는 국민의 힘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며, 그 힘의 크기에 비례한다. 그러려면 'F[국민의 저항]'가 작동해야 한다. “만약 국가의 권력수단이 민중을 폐허로 이끈다면, 저항은 모든 개개인 시민의 권리일 뿐만 아니라, 의무이다.”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빌려 온 문장이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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