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1) 대동일통(大同一統)의 세계를 그리며 -

2022. 1. 11. 10:06신문연재

일신운화(一身運化)를 거쳐

통민운화(通民運化)로 나아가

일통운화(一統運化)에 도달해야

2022년 인천일보 새 기획 '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은 현 사회의 문제를 실학을 통해 짚어보고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려 합니다. 지난해까지 18~19세기 실학자를 소개한 '아! 조선, 실학을 독(讀)하다'를 연재한 간호윤 박사가 계속 집필합니다.

 

“쿵쾅! 쿵쾅!” 모데라토에서 시작한 심장 박동은 하프를 지날 즈음, 알레그로를 가볍게 넘어선다. 마라톤은 시간이란 상수(常數)와 발걸음 소리, 그리고 심장의 박동이란 변수(變數)로 이루어졌다. 시간은 오선지, 내 발자국 소리와 심장은 그 시간 위에 리드미컬한 음(音,운율)을 그린다. 때론 고요하게 때론 격동적으로 그려낸 운율들, 그리고 42.195㎞, 드디어 결승선을 통과하며 한 악장(樂章)의 감동(感動)을 빚는다. 3시간48분50초, 그 시간 속에서 내 발걸음과 가슴의 박동이 빚어낸 운율을 두 글자로 줄이면 '감동!'이다. <예기> '악기'에서는 '운율(음)'을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音之起 由人心生也)이라 했다.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는 이 감동이 있어 나는 마라톤을 한다. 그러나 내 마라톤은 코로나로 인하여 벌써 두 해를 멈췄다.

2022년 대선의 해가 밝았다. 난 올 대통령 선거에서 저런 '한 악장의 감동'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고 싶다. 하지만 국민은 “뽑고 싶은 후보가 없다”하고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60%를 넘나든다.

여기, 지금

이 시절 과연 우리는 어떠한 대통령을 뽑아야 이 난국을 헤쳐 나갈까? 그 해법을 최한기(崔漢綺,1803∼1877) 선생의 <기학(氣學)>에서 찾아본다. <기학>은 지금, 현재를 중시하는 독특한 방금운화(方今運化)에 대한 학설이다. '방'은 공간개념으로 '여기', '금'은 시간개념으로 '지금'이다. '기학'에서 '기(氣)'부터 본다. 이 우주는 기이고 기의 본질은 활동운화(活動運化)이다. 활(活)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명성, 동(動)은 떨쳐 일으키는 운동성, 운(運)은 계절처럼 가고 오는 순환성, 화(化)는 변통이라는 변화성이다. 지금,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여기에서 끊임없이 생성, 성장, 소멸하는 지금의 활동이기에 '방금운화'요, '활동운화'이다.

변화하는 깨달음

활동운화는 개인의 인식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즉 나를 둘러싼 안팎을 이해하고 옳고 그름, 선과 악에 대한 지식을 확충시켜 상황에 따라 변통할 줄 알 때 '일신운화(一身運化)'가 된다. 이 개인의 깨달음인 일신운화가 정치와 교육에 의해서 이루어지면 '통민운화(通民運化)'라는 국가로 나아간다. 통민운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바로 '일통운화(一統運化)'이다. 일통운화는 한 나라를 벗어나 온 세상에 확산시켜서 인류 공동체가 도달하게 되는 대동일통(大同一統)의 세계이다.

삶에 보탬이 되는 배움

이제 기학의 '학(學)'이다. 바로 운화를 작동시키는 동력이다. 선각자가 깨우쳐 가르치고 배운 자가 뒷사람에게 전승하는 것이 '학'이다. 학은 첫째 백성의 삶에 보탬이 되는 것, 둘째 백성의 일에 해로움이 되는 것, 셋째 백성의 도리에 아무런 손해나 이익이 없는 것, 세 가지로 나뉜다. 학을 가르는 기준은 헛된 것을 버리고 실질적인 것을 취하는 '사허취실'(捨虛取實)이다. 당연히 첫째가 진정한 학이니, 바로 인문, 사회, 자연을 아우르는 '일통학문'(一統學問)이다.

국가와 세계의 비전 제시

19세기 조선의 한 지식인조차 저러한 학문과 세상을 꿈꿨다. 한 나라 지도자라면 '통민운화'의 국가를 넘어 '일통운화'라는 세계적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능력을 갖춰야한다. 이상세계를 구현하는 거대담론이기에 '일통학문'이라야 가능하다. 국가와 세계의 상황 변화에 맞추어 지속적인 배움의 자세는 기본이다. 지도자라면 마땅히 이러한 학문과 정치, 그리고 지금의 변화를 아울러야 한다.

다시 여기, 지금

방금운화 속에 있는 여기 대한민국, 2022년 바로 지금, 20대 대통령 선거라는 웅장한 한 '악장'의 운율이 흐른다. 우리는 '일통학문'과 '일통운화'로 '대동일통'의 세상을 그릴 줄 아는 후보'를 찾아야한다. 3월9일 그런 이가 대통령이 될 때 우리 대한민국은 '감동'의 한 악장의 울림이 방방곡곡으로 퍼질 것이다. 그때 쯤, 두 해나 멈춘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심장의 박동도 뛰지 않을까. 시간이란 오선지 위에 “쿵쾅! 쿵쾅!”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