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증, 그리고 틈

2012. 4. 13. 07:43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조급증, 그리고 틈

 

어제 정 선생님과 술 한 잔을 했다.

연령 차가 있는데도 내 형님이란 두 글자를 쓰는데 근 10여년의 술자리를 하였다. 삶의 자세가 바른 것은 물론이요, 정의감과 인정을 두루 갖춘, 박학다식한 분으로 말이 진중하고 무겁다. 저런 이를 인재라 하거늘 이 사회는 몰라주어 늘 안타깝다.

 

이런 질문을 했다.

형님, 제 단점이 뭡니까?”

간 선생님의 단점은 조급증이지요.”

무심결에 물은 것이거늘 말의 마침표 처리가 끝나기 무섭게 건너온다.

조급증, 수영을 배운 지 사흘 만에 현해탄을 건너는 이와 비교하는 나를 정확히 본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조급증이 내 삶을 만들었다. 나는 사람관계도 일처리도 속전속결이다. 그만큼 실수도 있지만 시시비비에 맺고 끊는 것에 결단이 빠른 것도 사실이요, 열 몇 권의 내 책도 이 석 자에서 나왔음이 분명하다.

 

조급증의 반대말을 생각해 본다. 기다림, 인내, 인고, ....내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 김기덕 감독은 섬이라하였고 연암 박지원 선생은 틈이라하였다.

나와 타인, 아니 나와 나 사이에도 틈이 있고 섬이 있단다. 그 틈과 섬을 메워야하거늘, 내 조급증만으로 세상과 사람을 대했다.

 

기다림, 인내, 인고,.... 새삼 이 글자들을 곰곰 씹어보는 아침이다.

 

201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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