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1장 44구(有兒一章四十四句)>

2012. 3. 26. 18:35인하대/고전산문교육론

이 시는 흉년을 걱정한 시이다. 지아비는 아내를 버리고, 어미는 자식을 버렸다. 7세 여아가 자기 동생을 데리고 길거리를 방황하면서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엉엉 울고 있었다.

 

<유아 1장 44구(有兒一章四十四句)>


짝지어 다니는 두 아이 / 有兒雙行
한 애는 쌍상투 한 애는 묶은 머리 / 一角一羈
쌍상투 아이는 이제 겨우 말 배우고 / 角者學語
묶은머리 아이는 머리만 더벅더벅 / 羈者髫垂
어미 잃고 울면서 / 失母而號
저 갈림길에 있네 / 于彼叉岐
붙들고 까닭 물었더니 / 執而問故
목이 메어 더듬는 말이 / 嗚咽言遲
아버지는 집 떠나고 / 曰父旣流
어머니는 짝 잃은 새가 되었는데 / 母如羈雌
쌀독이 바닥나서 / 甁之旣罄
사흘을 굶고서는 / 三日不炊
우리와 함께 우는 엄마 / 母與我泣
뺨에는 눈물 콧물이요 / 涕泗交頤
젖 달라고 애 울어도 / 兒啼索乳
젖도 말라붙었지요 / 乳則枯萎
우리 엄마 내 손을 잡고 / 母携我手
젖먹이 저 애와 함께 / 及此乳兒
저기 저 산촌에 가서 / 適彼山村
구걸해서 우리 먹이고 / 丐而飼之
물가 시장 데려가서는 / 携至水市
엿도 사서 먹이고는 / 啖我以飴
길 너머로 데려와서 / 携至道越
아이 껴안고 재웠다오 / 抱兒如麛
애는 깊이 잠이 들고 / 兒旣睡熟
나도 죽은 듯 잠들었다가 / 我亦如尸
잠을 깨고 살펴보니 / 旣覺而視
엄마가 거기 없었다오 / 母不在斯
이렇게 말하다 또 울다가 / 且言且哭
눈물 콧물 범벅이네 / 涕泗漣洏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 日暮天黑
뭇 새들도 집 찾아드는데 / 栖鳥群蜚
떠도는 이 두 아이들 / 二兒伶俜
찾아들 집이 없네 / 無門可闚
불쌍한 이 백성들이 / 哀此下民
천륜마저 다 잃었는지 / 喪其天彝
부부 사이도 사랑을 못하고 / 伉儷不愛
어미도 제 자식 사랑 않고 / 慈母不慈
옛날 내가 암행하던 / 昔我持斧
그 해가 갑인년이었는데 / 歲在甲寅
왕께서는 고아들 당부하며 / 王眷遺孤
병들게 말라고 하셨었지 / 毋俾殿屎
모든 목민관들은 / 凡在司牧
감히 그 분부 어기지 말아야지 / 毋敢有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