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스승이다.

2008. 10. 12. 19:31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발이 스승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문자 좀 쓰자면, “사람의 얼굴은 아나 마음은 알지 못 한다(知人知面 不知心)”, 혹은 “호랑이의 겉은 그리나 뼈는 그리기 어렵다(画虎画皮 難画骨”)라는 말쯤 될 것입니다. 과학을 짊어지고 사는 지금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거리는 138억 광년입니다만, 고작 6,371㎞밖에 안 되는 지구 내부는 볼 수 없습니다.

이렇듯 세상은 상식에 버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지인과 가까운 시외를 거닐었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선생님, 발이 스승이더군요.”


눈으로만 사물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어리석었지요. 제 아무리 밝은 눈이라도 발이 데려가지 않으면 어림없는 일인 것을. 생각해보니 발품 팔지 않고 되는 일이라고는 없습니다. 그래, 신발창 날깃날깃 해지도록 돌아다녀야만, 그제서야 눈이 알아차립니다. 하여, 눈이 아닌 발이 스승인 까닭입니다.


가끔씩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도 다시 챙겨보아야겠습니다.

2008. 10. 12.

간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