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과 독서

2008. 8. 11. 15:57삶(각종 수업 자료)/대학생활과 독서

 

대학생활과 독서




부신독서도負薪讀書圖


「부신독서도」란 그림이 있다.

나뭇짐을 한 동 가득 해 짊어진 소년이 책을 보며 산기슭을 내려오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현재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유운홍(劉運弘, 1797~1859)이 중국 전한의 주매신(朱買臣, 자는 翁子)을 그린 것이라 한다. 주매신은 너무나 가난하여 장작을 팔아서 생계를 꾸렸지만, 어찌나 독서를 즐겨했는지 나뭇짐을 지고서도 책을 보았다고 한다.

요즈음은 독서가 공부로 이어지고 나아가 입신의 방편으로 들 생각한다지만, 구양수(歐陽修, 1007~1072)라는 이는 “입신은 학문에 힘쓰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학문에 힘쓰는 것은 독서를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立身은 以力學爲本하고 力學은 以讀書爲本).” 라고 하였다. ‘입신’은 학문에 힘써야 얻는 것이고 ‘학문’에 힘쓴다는 것은 ‘독서’를 해야 한다는 뜻이렷다. 입신의 저 우듬지에 독서 행위를 두는 말이다.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이 황상에게 준 ‘면학문勉學文’으로 공부 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런데 ‘부지런함’과 ‘이뤄내겠다는 마음가짐’ 단 두 가지뿐이다.

‘면학문’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 황상(黃裳, 1788~1870)이라는 제자에게 써 준 글로 황상의 「임술기壬戌記」에 보인다.

조선후기 최고 학자인 정약용이 황상을 처음 만난 것은 1802년, 황상은 그때 유배지 강진에 사는 15살짜리 촌 꼬마둥이였다. 주뼛주뼛 문밖을 서성이는 아이를 불러 세우니, 황상은 ‘머리가 둔하고’, ‘앞뒤가 꼭 막혔고’, ‘답답하다’는 세 가지 병통이 있는데 공부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정약용은 이 어린 황상에게 ‘면학문’을 써주었다. 황상은 이 글을 보고 공부하여 정약용의 고족제자高足弟子가 되었고, 후일 조선의 내로라하는 문장가文章家가 되었으니 그 검증은 끝난 셈이다.

정약용의 ‘면학문’은 이랬다.

“공부하는 자들이 갖고 있는 세 가지 병통을 너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구나.

첫째 기억력이 뛰어난 병통(病—)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 둘째 글 짓는 재주가 좋은 병통은 허황한 데 흐르는 폐단을 낳으며, 셋째 이해력이 빠른 병통은 거친 데 흐르는 폐단을 낳는단다. 머리가 둔하지만 공부에 파고드는 자는 식견이 넓어지고, 앞뒤가 꼭 막혔지만 잘 뚫는 자는 흐름이 거세지며, 답답하지만 잘 닦는 자는 빛이 난다.

공부를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부지런함(勤勉)’이다. 뚫는 방법은 무엇이냐? ‘부지런함(勤勉)’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이냐? ‘부지런함(勤勉)’이다. 그렇다면 너는 어떠한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가짐’을 확고히 갖추면 된다.”


나뭇짐을 짊어지고서도 책을 보듯, 한번쯤은 공부에 빠져봄 직하지 않은가.

그리하여 어서, 재 너머 저 사래 긴 밭을 갈아보는 것이—.


 

간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