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3. 17:15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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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정월 대보름날 귀머거리장군 연 떠나보내듯’ - 콩나물신문
가끔씩 설거지를 한다. 싱크대를 깨끗이 정리하면 기분조차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뒤돌아서다 음식물 거름망을 비우려 뺐다. 그때 보았다. 아! 그 음식물 거름망과 배수구의 찌든 때, 완연 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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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92
사이비! ‘정월 대보름날 귀머거리장군 연 떠나보내 듯’
가끔씩 설거지를 한다. 싱크대를 깨끗이 정리하면 기분조차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뒤돌아서다 음식물 거름망을 비우려 뺏다. 그때 보았다. 아! 그 음식물 거름망과 배수구의 찌든 때, 완연 싱크대 표면과는 다른 말 그대로 수챗구멍이었다. 오늘에야 알았다. 눈에 보이는 곳만 닦았지 그 속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네들이 산수도 모르고 또 그림도 모르는 말일세. 강산이 그림에서 나왔겠는가? 그림이 강산에서 나왔겠는가?” 이러므로 무엇이든지 ‘비슷하다(似), 같다(如), 유사하다(類), 근사하다(肖), 닮았다(若)’고 말함은 다들 무엇으로써 무엇을 비유해서 같다는 말이지. 그러나 무엇에 비슷한 것으로써 무엇을 비슷하다고 말함은 어디까지나 그것과 비슷해 보일 뿐이지, 같음은 아니라네.”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 선생의 『열하일기』 「난하범주기」에 나오는 부분이다. 배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강산이 그림 같은 걸”이라고 하자 선생은 저렇게 말한다. 산수와 그림은 비슷해 보일 뿐이지, 같음은 아니라는 꾸지람이다. 강산에서 그림이 나왔지, 그림에서 강산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산을 보고 그림 같다 한다. 진짜를 가짜로 보고 가짜를 진짜로 보았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으니 ‘사이비사(似而非似,비슷하지만 가짜)’다. 강산의 모사본인 산수화로 산수인 원본에 비기는, 어리석음을 통박하는 선생의 일갈이다.
그러고는 선비는 ‘선비 같다’나, ‘선비 답다’가 아닌, ‘선비여야’한다며, ‘사이비는 아니 되련다!’를 평생 화두로 삼았다. 사이비란, ‘두루뭉술 인물’인 향원(鄕愿)이다. ‘향(鄕)’은 고을이요, ‘원(愿)’은 성실이다. 즉 고을의 성실한 사람으로 ‘도덕군자’란 뜻이니, 백성들의 지도자다. 그러나 ‘선비 같다’나, ‘선비 답다’와 비슷한 ‘선비인 척’하는 사이비 무리일 뿐이다. 즉 향원은 실상 겉과 달리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아첨하는 짓거리를 하는 자’요, ‘말은 행실을 돌보지 않고 행실은 말을 돌보지 않는 겉치레만 능수능란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맹자』 ‘진심장구 하’에서는 향원을 “덕을 훔치는 도둑놈(德之賊)”이라 하고 평생을 배척할 인간으로 규정하였다. 그렇다. 질병을 퍼뜨리는 각종 세균은 보이지 않는 음식 거름망과 배수구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 설거지는 마땅히 그릇과 싱크대 표면만 깨끗이 하는 게 아니었다. 정녕 깨끗이 할 당연히 알아야 할 그것은 수챗구멍이었다. 연암 선생 말을 빌리자면 내가 한 설거지는 ‘사이비 설거지’였다.
어제 대전초등학교 김하늘이의 슬픈 비명소리도 그렇다. 교사가 교사이고, 교장이 교장이고, 장학사가 장학사이고, 교육청이 교육청이고, 학교가 학교였다면, 어찌 저런 일이 ‘학교 교육현장’에서 일어난단 말인가. 대한민국은 GDP:세계 12위, 개인 GDP:세계 30위인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국민행복지수는 58위요, 국민행복도는 세계 118위요, 자살률은 하루 24.1명(2020년)으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로 OECD 평균보다 2.2배나 높다. 출산율 또한 2023년 기준 0.72명으로 세계 최하위,….이러니 후진국에서나 일어날법한 ‘12.3쿠테타’가 일어나는 ‘사이비 선진국’이 된 것이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정월 대보름날 귀머거리장군 연 떠나가듯’이라 속담이 있다. 귀머거리장군은 연의 한 종류로서 윗머리 양쪽 귀퉁이에 검은 부등변삼각형을 그린 연이다. 아이들이 이 연을 겨우내 띄우다가 농사를 시작하는 정월 대보름 이후에 연을 날리면 ‘개백정(말이나 행동이 막된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이라는 욕을 먹기 때문에 연을 더 이상 날리지 못해서 대보름 전날인 열나흘 날 연을 날려 보낸다. 이것을 ‘송액(送厄,액을 날려 버린다)’이라 한다. 바로 그해에 들 액운을 연에 달아서 멀리 날려 보낸다는 액땜인 셈이다. 모쪼록 올 한 해, 대한민국의 ‘모든 사이비’를 저 귀머거리장군 연에 매달아 멀리멀리 날려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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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정월 대보름날 귀머거리장군 연 떠나보내 듯’ - 인천신문
가끔씩 설거지를 한다. 싱크대를 깨끗이 정리하면 기분조차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뒤돌아서다 음식물 거름망을 비우려 뺏다. 그때 보았다. 아! 그 음식물 거름망과 배수구의 찌든 때, 완연 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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