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3. 14:54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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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22)
계엄령과 ‘레이디 김건희’
‘의미 없이 지껄이는 이야기’와 ‘소음’, 그리고 ‘핏빛 광기’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은 계엄령을 선포했다. 1980년 5월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의 군사쿠데타 이후 44년 만이다. 계엄령을 선포할 아무런 법적 근거는 없지만, 선포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 우파 신문인 ‘더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한국인들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로 ‘레이디 맥베스’를 지목한다(South Koreans balme president's ‘Lady Macbeth’ for martial law).”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출했다. 여기서 말하는 ‘레이디 맥베스’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맥베스(Macbeth)』의 주인공 맥베스의 부인으로 윤석열의 부인을 비유한 것이다.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마녀들의 예언에 따라 왕이 되기 위해 벌이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맥베스 부인(Lady Macbeth)’은 『맥베스』에서 가장 주요 인물이다. 맥베스 부인은 강한 야망과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인물로, 종종 남성성과 여성성의 충돌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인용된다. 그녀는 광기어린 말로 남편 맥베스를 설득하여 던컨 왕을 살해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맥베스는 왕이 되고 자신은 왕비에 오른다.
작품에 보이는 맥베스 부인의 주요 대사 중, 몇 문장을 따라가 본다. 1막 5장: 맥베스 부인이 남편에게 던컨 왕을 죽이도록 설득하는 장면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야망이 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한 잔인함이 부족해요.” 1막 7장: 맥베스가 던컨 왕을 죽이는 것을 망설이자, 그녀는 그를 비난하며 말한다: “그럼 당신이 품었던 그 야망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가요? …이제 잠에서 깨어 눈을 뜨니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을 두렵게 바라보게 됐다는 말인가요? …살면서 가장 빛나는 장식품이 될 것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겁쟁이라 단정 짓고 ‘다리에 물을 묻히긴 싫지만 물고기는 먹고 싶다.’고 바라는 고양이처럼 ‘소망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엔 ‘나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면서 약해지는 겁니까? …대범한 생각을 털어놓았을 때 당신은 멋진 남자였습니다. …”
야망과 잔인함으로 점철된 어휘들이다. 그런데 그 다음 문장이 더 잔학하다.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인데도 왜 결심을 꺾어버리시느냔 말이에요.”라며 어린아이를 끌어 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젖을 먹는 아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당신처럼 맹세를 했다면 어린아이가 제 얼굴을 바라보며 귀여운 웃음을 지을지라도 전 그 여린 잇몸에서 강제로 젖꼭지를 잡아 빼고 머리통을 부숴버릴 만큼 패주지요.”
어린아이 운운은 권력을 향한 맥베스 부인의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뒤는 또 이렇게 교할하고 가증스러운 문장이 이어진다. “가진 용기를 다 발휘해 보세요. 그럼 결코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던컨이 깊이 잠들면 저는 호위병에게 축배를 들라며 포도주를 퍼마시게 하겠어요. …그것들은 고주망태가 되어 돼지처럼 잠들겠죠. 아무도 보호해 줄 사람이 없는 던컨에게 우리 두 사람이 무슨 짓은 못하겠어요? 그리고 대역죄는 곤드레만드레가 된 호위병들에게 뒤집어씌우면 그만 아니겠어요. 누군들 의심하겠어요? 우리가 왕의 죽음에 통곡을 하면서 슬퍼한다면!”
이렇게 남편을 충동질하여 왕비가 되지만 그녀는 결국 몽유병에 걸려 자살하게 된다. 5막 1장: 죄책감에 시달리며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 부인이 손을 씻으면서 말하는 유명한 대사이다: “저주받은 이 손에서 이 피를 씻어낼 수 없어요. 이 작은 손이 영원히 더럽혀졌어요.”
“세상은 무대이고, 사람들은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역시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뜻대로 하세요(As you loke it)』에 나오는 대사이다. 흔히들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 한다. 하지만 연극과 인생은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연극은 여러 번 반복해서 공연하고 대본 수정이 가능하지만, 인생은 ‘딱 한 번’뿐인 공연으로 대본 수정이 없다는 점이다.
맥베스는 딱 한 번뿐인 자신의 인생을 5막 5장에서 이렇게 정리한다.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 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광기가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대한민국에서 전제군주가 되려 했던 윤석열과 김건희의 광기어린 폭정과 실패한 쿠데타, 맥베스의 말처럼 저들이 남긴 것은 ‘의미 없이 지껄이는 이야기’와 소음, 그리고 저주받은 ‘핏빛 광기’였다.(여론조사 꽃: “김건희가 계엄령에 영향을 미쳤다.” 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