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8 노예들의 천국과 주인들의 지옥

2023. 9. 11. 15:32신문연재/인천신문(칼럼)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8 노예들의 천국과 주인들의 지옥

 
 

노예들의 천국과 주인들의 지옥

 

[인천신문] “술 잘 먹고 욕 잘하고 에테(주색잡기에 빠짐)하고 싸홈 잘하고…” 우리 민요의 <심술타령>이라도 불러야 할 듯하다. “전사가 돼 싸우라!”는 대통령 한 마디에 각료들이 심술이 낫는지 하는 말과 행동이 궤변(詭辯)이요, 폭언(暴言)이요, 기행(奇行)이다.

“대한민국 국민 5000만 명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법 제1조 1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조 2항을 얼버무린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대한민국 최고위층 한 명은 이 뜻을 해석 못하고 국정 총체를 아우르는 총리는 이 문장을 외우지 못했다. 알고 궤변을 늘어놓고 알고 모른다하였으면 국민 기만이요, 모르고 말하였고 모르고 말 못하였다면 무식도 저런 무식이 없다.

단식 중인 야당 대표가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하는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지적하며 ‘명백한 전체주의적 사고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총리 역시 헌법 제1조 1항을 모를 리 없다. 요즈음 저돌적인 파시즘으로 국정을 유린하는 대통령의 “싸우라!”는 한 마디가 생각나 그런 게 아닌가. 이것이 도대체 백주대낮 대한민국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오만함과 야만성으로 무장한 이 정부는 주인이라도 된 듯, 국민을 노예처럼 하찮은 존재로 여긴다.

어느 사이 국민은 못대가리가 되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못대가리만 보인다던가. 대통령이 쥐어 준 ‘윤석열 표 전체주의 망치’ 하나씩 들고 국민을 못대가리 치듯 한다. 여당 대표 김기현은 뉴스타파 보도 내용이 싫다고 “사형” 운운한다. 경악할 일이다. 국민이 잠시 위임해 준 권력을 잡은 자들의 작태치고는 지나치게 고약하다. 그래 이런 세상을 그려본다. 저들이 국민이 되고 국민이 저들이 되는 세상을 말이다. 그러면 이렇지 않을까?

“우리 조상들은 잔혹한 주인들을 견디지 못하고 그리스를 떠나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주인들로부터 받은 모욕에 한이 맺힌 나머지 우리들이 제정한 최초의 법은 우연이나 난파로 이 섬에 오게 된 주인들을 죽이고 나서 모든 노예들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우린 복수하는 대신 당신들을 교정합니다. 우린 더 이상 당신들의 목숨을 원하지 않고 그대들의 야만성을 없애려 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노예로 만들어 불행을 몸소 체험하게 하지요. 당신들로 하여금 우리가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수치심을 주어 과거의 오만을 뉘우치게 하는 겁니다.”

18세기 프랑스 대표적인 극작가 마리보(Pierre de Marivaux,1688~1763)의 <노예들의 섬>(1725)에 나오는 ‘트리블랭’의 대사이다. 트리블랭은 노예이다. <노예들의 섬>은 사람들이 불의의 사고로 낯선 섬에 도착해 신분의 역전을 경험한다는 내용의 희곡이다. 노예들의 공화국에 난파하여 들어온 주인들은 노예로 신분이 전락하고, 노예 출신은 주인이 되는 일종의 ‘노예들의 천국이자 주인들의 지옥’이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보면 그리스를 구한 영웅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les)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 그의 아버지가 바닷가에 버려진 난파선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정치가는 민중이 한 번 버리면 저 난파선과 같은 꼴이 된다.” 정치권력이란 게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배 한 척에 지나지 않는다. 민심이 요동치면 난파하고 만다. 그때 저 ‘노예들의 섬 표류기’를 쓸 지도 모르니 삼가 조심할 일이다.

 

 

노예들의 천국과 주인들의 지옥 - 인천신문

“술 잘 먹고 욕 잘하고 에테(주색잡기에 빠짐)하고 싸홈 잘하고…” 우리 민요의 \'심술타령\'이라도 불러야 할 듯하다. “전사가 돼 싸우라!”는 대통령 한 마디에 각료들이 심술이 낫는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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