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2023. 7. 25. 15:50카테고리 없음

[공지]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0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인천신문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를 읽다가 무릎을 쳤다.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이란 부제를 단, 제임스 볼의 이 책은 2023년 7월 대한민국 현실이다.책의 핵심은 “우리가 각자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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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0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를 읽다가 무릎을 쳤다.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이란 부제를 단, 제임스 볼의 이 책은 2023년 7월 대한민국 현실이다. 책의 핵심은 “우리가 각자 합리적인 판단 하에 뉴스나 의견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의 가장 취약한 부분, 즉 사람들이 ‘믿고 싶은 사실’을 정확히 건드려 판단력을 흐려놓게 만든다.” 개소리가 그렇게 만든다는 말이다.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우김성 있게 밀어붙인 그의 발언은 더욱 진화중이다.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서는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 힘 추구 국방 설파하며 “‘종전 선언이네’ 하는 데서 벗어나야”, 예천 피해 현장을 찾아서는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주택 뒤에 있는 산들이 무너져서 민가를 덮친 모양으로만 생각했는데”, “이권 카르텔 모조리 걷어 보조금으로 홍수 피해” 운운, 여기에 “윤 대통령 격노에 일정 철회”, “北 무인기 격노한 尹, 한 대 왔으면 우린 두 대 세 대 보내라”,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격노한 尹 대통령, 질타 또 질타” 운운…언론 보도까지, 도저히 한 나라 대통령 화법이라고는 이해가 안 된다. 제3자 관찰자 시점이요, 말가리가 없는 게 모조리 유체이탈이요, 중세시대 왕 노릇 언행이다.

그 주변의 말들은 ‘날리면 빙의 언어’다. “호객행위를 하여 쇼핑”을 하였고 “5군데 명품점을 돈 것은 ‘문화탐방 외교’의 일환”이며 “언론과 야당이 영부인을 악마화”한단다. 수해 현장을 찾은 한 인사는 여당 대표를 위해 “박수 한 번 쳐 주세요”하고 홍수로 공무원 비상령을 내린 시장은 “골프를 친 것에 대해 기죽지 않는다”고 한다. “해도 해도 너무한 원희룡과 국토부의 양평고속도로 거짓말”, 그중에 압권은 ‘오송 지하차도’를 찾은 도지사가 “일찍 갔어도 바뀔 건 없었다”라 한다. 마치 리투아니아에서 “서울로 가도 달라질 건 없다”라던 대통령실 발언의 데자뷔다. 대놓고 ‘당신을 추앙합니다’하는 언사 아닌가. 글자조차 부끄러워 그만하잖다.

저 책에서는 이러한 말들을 ‘개소리(bullshit)’라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전에도 이 ‘개소리’가 보인다. 아무렇게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찮은 말로 유의어로는 허튼소리, 헛소리, 개수작, 망발, 횡설수설 따위이다. 이러한 말들은 한국 언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로는 진실과 거짓이라는 것을 구분조차 못하게 만들고 아이들에게는 ‘나이 먹은 이들의 부끄러운 나라’가 되었다. ‘정치인’은 ‘국가 정책’과 ‘국민’과 관계를 조율하는 권력기관이다. 국민이 권력을 위임해준 권력기관의 말은 진실이란 신뢰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휘젓는 저들의 말은 ‘개소리’보다 한 수 위인 ‘개소리괴소리’이다. ‘개 짖는 소리와 고양이 우는 소리’로, 역시 조리 없이 되는대로 마구 지껄이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명사’로 분류되어서다. 권력에 도취된 저들의 말이 ‘의학 용어’로 넘어가면 병적 허언(病的虚言,pathological lying)이 된다. 증상은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반복하거나 진실을 변형시킨다. 자기 공상을 현실로 여겨 헛된말을 하며 자신의 세계가 완벽하다 믿고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도 없다. 평소에도 붕 떠 있고 말의 앞뒤가 맞지 않고 자신의 말에 토를 달면 화를 낸다. ‘공상 허언’이라고도 하며 히스테리 성격이 강하다.”(간호학대사전)

국민들이 하나하나 가르쳐서 대통령을 만들어야하는 기이한 일이 벌써 1년을 넘어섰다. 민주주의는 백성이 주인이다. 제임스 볼은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말이 아닌 개소리를 믿고 싶은 당신의 마음이다!”라 하였다. 저 이들에게 무어라할 게 아니다. 개소리는 듣는 이가 있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혹 저이들의 말이 ‘의학 용어’로 넘어간 것이 아닌지? 대한민국을 이미 ‘개소리가 정복’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이 나라의 주인인 ‘우리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볼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