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코를 찾아서 금단의 영역으로-

2023. 5. 2. 10:00글쓰기와 글 읽기/코끼리 코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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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코를 찾아서, 그 금단의 영역으로-

저간 블로그에 글 한 편 올려놓지 못했다. 그동안 『기인기사록』상 3차 수정하고 글쓰기 책 『코끼리 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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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간 블로그에 글 한 편 올려놓지 못했다. 그동안 『기인기사록』상 3차 수정하고 글쓰기 책 『코끼리 코를 찾아서―글쓰기 다섯 길을 걷다―』를 2차 수정하여 출판사에 넘겼다. 아래는 『코끼리 코를 찾아서』 들머리이다. 출판사는 경진출판이다. 스티븐 킹은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라했다. 신묘한 솜씨를 보여주시길 바란다.

 

<들머리>

 

금단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매혹의 질주, 나에게 글쓰기는 그랬다. 글쓰기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글쓰기를 가르쳐주지 못했다. 나는 글쓰기를 스스로 배워야 했다. 닥치는 대로 글쓰기 책을 읽었다. 나는 거기서 한 가지 명료한 사실을 깨우쳤다. ‘장마당에 쌀자루는 있어도 글 자루는 없듯, ‘글쓰기 책에 글쓰기가 없다’는 명료한 역설을. 글쓰기 이론, 혹은 글쓰기 기술 연마를 가르치는 글쓰기 책은 대개 아롱이다롱이였다. 글쓰기는 강고한 미지의 세계였고 나는 금단의 영역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

18세기 실학자들 글을 보다 알았다. 글쓰기 책에 글쓰기가 없는 이유를. 글쓰기에 ‘작가의식[마음]’과 ‘주제’가 없어서였다. ‘주제’, 이것이 코끼리에게 가장 중요한 코요, 사자에게 어금니였다. 글쓰기는 공학이 아닌,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글이란 마치 꽃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모란・작약이 부하고 풍성한 아름다움이 있다 하여 패랭이꽃・수국을 내버리며, 국화와 매화가 꾸밈이 없는 담담함이 있다 하여 붉은 복사꽃・붉은 살구꽃을 미워한다면 어찌 꽃을 안다고 말하겠는가?”

 

김려의 「제도화유수관소고권후」에 보이는 글이다. 선생은 벗 이옥이 쓴 글을 이렇게 꽃 감상으로 비평하였다. 글을 꽃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게 여간 흥미롭지 않지만 핵심은 글 나름대로 다양성을 옹호하였다는 데 있다.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성’을 그 답으로 제시한 셈이다. 다양성이란 ‘다름’을 말한다. “남보다 나은 글 쓰려하지 말고 남과 다른 글 써라.” 글쓰기 수업 중, 누누이 강조하는 말이다. 글쓰기는 글재주 겨룸이 아니다. 다른 글을 쓰라 해서 다른 삶을 살라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다르게 보라는 말이다. ‘다른 글’은 작가로서 인정물태(人情物態, 사람살이와 사물 모습)를 보는 ‘작가의식’을 선행해야만 가능하다.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글이 돼야’ 한다.

 

글쓰기는 삶의 경험이 녹아 있는 그 어느 곳에서 시작된다. ‘그 어느 곳’이란,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 똥’ 같다. 강아지 똥에 비가 내리고 땅에 스며들어 그곳에서 민들레가 핀다. 강아지 똥을 남과 다르게 바라보려는 마음이 선손 걸어야 글 쓰는 이와 세상의 물꼬가 트이고 민들레가 피어난다.

 

가람 이병기 선생은 “십 근 시인이 암만 한 대도 백 근 시인은 못 된다.” 상당히 진지한 어투지만 주눅들 이유 없다. 그 뒤는 이렇다. “그러나 십 근 시인도 시인은 시인이다. 저의 근량에 맞는 소리를 맞게 하면 그만이다. 천만 근량을 타고났더라도 십 근어치 소리도 못 한다면 그는 영영 시인이 못 된다”고 하였다. 십 근이든, 백 근이든, 작가가 되려면 어금니 앙 다물고 ‘작가로서 의식’만 꼭 쥐고 있으면 된다. 이 작가의식을 잡도리해야만 ‘주제’를 찾는다. 주제가 주제다울 때 비로소 ‘남과 다른 글’이 된다.

이 책은 간호윤[고전 독작가, 고전을 읽고 쓰는 이]이 글쓰기 여정에서 만난 소소한 작가의식들이다. ‘소소한’이라 하였지만 나로서는 한 편, 아니 한 줄, 한 땀 한 땀 글 쓰려 ‘고민한 흔적’들이다. 이 작가의식이 50여 권 내 책에 햇볕을 쬐게 하였다. 인간 일생이 출생에서 죽음이라면 글쓰기 일생은 ‘작가의식[마음]’에서 ‘주제’로 여행이다. 글쓰기 구성, 문체는 그 다음이다. 구성이니, 문체, 문장, 문법 따위 ‘여줄가리’는 다른 글쓰기 책에 널려 있다. 이 책에서는 입도 뻥끗 않는다. 이 책에 실린 글 곳곳에 이미 ‘여줄가리’를 다 넣었다.

 

이 책은 다섯 길로 되어 있다. 저자가 글쓰기 길을 거닐며 고수들한테 읽어 낸 글쓰기 방법론이다. 그 다섯 길은 ‘1. 심도(心道: 마음 길: 집터 찾기)’-‘2. 관도(觀道: 보는 길: 터 닦기1)’-‘3. 독도(讀道: 읽는 길: 터 닦기2)’-‘4. 사도(思道: 생각 길: 터 닦기3)’-‘5. 서도(書道: 쓰는 길: 집 짓기)’이다. 이 길만 발맘발맘 좇아가면 코끼리 코로 지어낸 ‘글쓰기 집 한 채’를 만난다.

 

자! 이제 글쓰기를 찾아 ‘다섯 길’을 떠나보자. 코끼리 코를 찾아서 금단의 영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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