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부끄러운 이유

2023. 2. 1. 12:33카테고리 없음

 

글을 쓰면 부끄럽다

 

글을 읽다 ‘천우속 귀야곡(天雨粟 鬼夜哭, 하늘에서 비처럼 곡식이 내리고 귀신이 한밤중에 곡을 하다)’이란 글귀를 만났다. 『회남자(淮南子)』 「본경훈(本經訓)」에 보이는 원문은 이렇다

 

“옛날 창힐(蒼頡)이 글자를 만들자 하늘에서 곡식이 비처럼 내리고 귀신이 한밤중에 곡을 하였다.(昔者蒼頡作書 而天雨粟 鬼夜哭)”

 

동한(東漢)의 고유(高誘)라는 이 주에 따르면, ‘문자로 인해 거짓과 허위가 싹트면 사람들이 농사를 버리고 하찮은 이끗에 매달리게 되므로 하늘이 곡식을 내려 그 조짐을 보인 것’이라고 한다.

 

글을 쓴다는 게 참 어렵다. 누구는 쉽게 윤동주 선생은 남의 나라 육첩방,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쉽게 씌어진 시>를 썼다. 그러며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 한다.

 

쉽게 쓴 글이 단 한 편도 없건마는 글을 쓰면 부끄럽다. 그 부끄러운 이유가 ‘거짓과 허위’로 써서인지 아니면 ‘인생살이가 어려워서’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