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급마복(不及馬腹)> 채찍이 아무리 길어도 말의 배까지 휘두를 수는 없다

2023. 1. 13. 10:16카테고리 없음

<불급마복(不及馬腹)> 채찍이 아무리 길어도 말의 배까지 휘두를 수는 없다

 

<강감찬전>을 번역하다 ‘마복(馬腹)’을 만났다. 이 말은 『춘추좌씨전』 선공(宣公) 15년에 “채찍이 아무리 길다 해도 말의 배까지 휘두를 수는 없다(雖鞭之長 不及馬腹)”라는 말에서 비롯하였다. 말의 배를 채찍질한 들 말이 더 빨리 달리지 않는다. 긴 채찍은 보기에는 그럴듯해도 실제로는 효용 가치가 별로 없다. 전하여 ‘인생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보면 부럽다. 공부를 하며 특히 암기에 뛰어난 이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럴 때면 ‘나에게 저런 재주가 있었으면…’하고 내 어리석고 둔함을 탓해보기도 한다. 그래 이런 성어를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다. 채찍이 길건 짧건, 화려하건 못난 건, 말을 잘 달리게만 하면 된다. 내 깜냥이 잘났건 못났건, 내 학문의 길을 가면 된다. 둔필승총(鈍筆勝聰, 서툰 글씨라도 기록하는 것이 기억보다 낫다)이란 말도 슬그머니 아는 체를 한다. 

 

오늘은 좌장군으로 ‘둔필승총’을 삼고 우장군으로 ‘불급마복’을 삼아 <강감찬전>을 번역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