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품(拙品)이 아닌 인생(人生)이었으면>

2022. 11. 24. 13:08카테고리 없음

<졸품(拙品)이 아닌 인생(人生)이었으면>

 

요즈음 환절기라 그런지 돌아가시는 분이 유독 많다. 상을 당하면 흔히 ‘돌아가셨다’고 한다. 돌아가셨다는 말은 이 세상을 떠났다는 뜻이다. 우리 부모의 부모, 또 그 위 부모, 더 따져 올라가면 이름조차 모르는 무수한 조상이 이 세상을 그렇게 떠났다.

 

이 세상을 떠날 때 남겨 놓은 게 인생이다. 고달픈 인생이건 달콤한 인생이건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만’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단 하루 만이 인생이다.

 

‘인생 백 년에 고락이 상반’처럼 인생살이 괴롭고 좋은 일이 반반이어도 ‘인생은 뿌리 없는 평초(萍草, 물 위에 떠도는 개구리밥)’처럼 허무한 인생이라 해도 아직은 이승을 떠나지 않았다.

 

이 세상에 가장 명확한 두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과 언젠가 떠날 거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이승을 떠났거나 떠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린다. 돈과 명예, 여기에 권력을 더해도 만족할 줄 모른다.

 

오늘 부음을 듣고 ‘나 역시 끝 간 줄 모르는 욕망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지 않아도 괜찮을 일이나 하고 얻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잡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지나간 과거, 오지 않은 미래에 인생을 저당 잡히고 단 하루밖에 없는 오늘을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꼭 할 일만 해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승에서 인생은 너무나 짧다. 단 하루인 오늘은 더욱 짧다. 아침에 떠오른 햇살이 이미 노루꼬리 반 넘어 오늘을 지나간다. 이왕 인생을 사는 것, '졸품(拙品)이 아닌 인생(人生)'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끄적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