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 좋은 놈?

2022. 11. 24. 08:51카테고리 없음

나쁜 놈? 좋은 놈?

 
 
 

멀쩡하게 세탁소(크린토피아)에 맡겼는데 목둘레가 이렇게 되어 왔다.

세탁소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옷 자체가 그러하여 그렇게 된 것이라는 설명, 알만한 분이 왜 그러냐라는 훈계, 정 그러면 소비자보호원에 가라는 세탁소 사장의 충고, 그는 급기야 이렇게 말했다.
"아! 선생님이 그런 것도 모르세요."

 나는 몹시 화를 냈다. 세탁소(크린토피아)가 생기며 이곳을 이용했으니 5년도 넘은 듯하다. 사장도 나보다 화를 냈다. 세탁소(크린토피아) 사장은  급기야 업무방해라며 경찰까지 불렀다.
그러나ㅡ. 결과는, 없었다. 세탁소 사장에게 나는 나쁜 놈이었다.

그러지 말았어야했다. 도대체 지금까지 나이 먹고 책 읽은 게 아무 소용없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지 그른지, 참 모르겠다. 언제쯤 이런 삶에서 자유로울까?

그러고 두 어 시간 뒤, 나는 세탁소(크린토피아) 옆 세탁소(세탁과 수선을 겸함)에 옷을 수선하러 갔다.(세탁소와 세탁소는 모두 내 서재 아래에 있다.  세탁소(크린토피아)에 옷을 맡긴 이유는 세탁소(세탁과 수선을 겸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탁비가 저렴해서다.)  


세탁소(세탁과 수선을 겸함) 사장이 '왜 이렇게 됐냐'고 묻기에 이러저러 자초지종을 말했다. 세탁소 사장은 '그래 그냥 왔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나를 참 속없는 사람처럼 쳐다보더니 혀를 차며 이렇게 말하였다.
"차암, 맘씨 좋은 분이군요."

세탁소(크린토피아) 사장과 옆 세탁소(세탁과 수선을 겸함) 사장,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 남긴 나란 사람 차이점은 영 이상하다. 두 어 시간만에 나는 나쁜 놈에서 좋은 놈이 되어버려서다.  
참 나도 나를 모르겠다.
내가 나쁜 놈인지 좋은 놈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