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대소(呵呵大笑)하는 이유

2022. 9. 14. 18:54카테고리 없음

1.

한 학생[토요일, 산업체반 학생]이 강의평가에 주관적인 견해, '정치적 발언'을 지적했다고 학교에서 '강의 개선 보고서'를 쓰라는 경고장(?)을 받았다.

 

과목은 <문제 해결을 위한 글쓰기>다.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는 글쓰기 과목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다방면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누가? 내가. 글 쓰는 이의 주관적인 견해는 당연하다. 물론 그 견해는 논리성과 합리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고 '주관적인 견해'도 삼가라면 대학교수인 내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여기는 국정 교과서나 검인정 교과서를 가르치는 초중고가 아닌, 대학 아닌가? 더욱이 난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문학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학자이다. 그 서슬퍼런 왕권국가 시절에도 연암, 다산 같은 이들은 칼 같은 말과 글로 정치계를 조준했다. 정치가 잘못되면 간뇌도지(肝腦塗地, 백성들은 간과 뇌가 길바닥에 나뒹군다는 뜻)하기 때문이었다. 학문의 이상은 대동세계를 만드는 길이요, 학자의 길이기 때문이었다.

 

대학의 행정부서가 '정치적인 발언'을 지적한 학생의 강의 평가에 맞추어 교수에게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달란다. 그렇다면 '정치외교학과'는 아예 없어져야 하지 않나? 여기가 대학 맞나? 혹 내가 박정희, 아니면 전두환 정권 시대로 돌아간 것을 모르는 지도 모르겠다?

 

난 고민 끝에 아래와 같은 <강의 개선 보고서>를 반성문 겸 보냈다. 선생 생활 30년 넘도록 이런 글은 생전 처음 써 본다.

<2022학년도 1학기 강의 개선 보고서>

프론티어학부, 초빙교수: 간호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나를 찾아야 세상 보는 눈이 트이고 남과 다른 글을 쓴다. 이에 대한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아울러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특히 토요일, 산업체 반은 학생 수도 많고 연령, 학력 차이도 심하기에 교수자의 역량이 더욱 필요하다. 산업체 반임을 철저히 감안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강의 개선을 보고한다. 

 

1) 산업체반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높인다.

2) 산업체반 학생들에게 언제든 피드백을 해준다.

3) 전반적으로 대학교수 이전에 산업체반 교수자로서 면밀히 임한다.

2.

『이규태 코너』란 책을 보다가 ‘오기삼당(五機三當)’이란 말이 있다는 기록을 보았다. 사람이 살면서 다섯 번의 기회에 세 번의 행운은 있다는 말이란다. 이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이렇다면 꽤 살만한 세상이다. 문제는 그 연령대다. 3×8은 24세, 4×8은 32세, 5×8은 40세, 6×8은 48세, 7×8은 56세라 한다. 

 

56세 이후에는 ‘오기’고 ‘삼당’이고 없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아도 내 삶에 일기(一機)쯤은 있었나? 의심쩍고. 삼당(三當)은 아예 자취조차 없었다. 좀 억울한 듯하여 인생은 60부터라기에 슬그머니 ‘육기삼당(六機三當)’으로 고쳐본다. 

 

‘8×8은 64세’에 ‘삼당’이 남았다 생각하며 가가대소(呵呵大笑)나 해본다. 그러고 보니 정말 세상사가 가가대소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