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022. 5. 27. 15:58카테고리 없음

식전 댓바람부터 해풍군(海豊君) 정효준(鄭孝俊,1577~1665)의 이야기[야담]를 번역한다. 이 이는 나이 마흔 셋에 빈궁하여 입을 옷조차 없었다. 더욱이 세 차례나 아내를 잃고 다만 딸만 셋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을 꾸고 나이 열다섯의 네 번째 부인을 만난다.

 

이 부인이 남자아이만 다섯을 낳았다. 아들들이 장성하여 차례로 등과하니, 장남과 이남은 지위가 판서에 이르렀고, 삼남은 대사간에 이르렀으며, 사남과 오남은 홍문관에 이르렀다. 또한 그 손자가 해풍의 생전에 과거에 급제하였다. 해풍은 다섯 아들 덕으로 종2품까지 품계가 올라간다. 모든 복록을 누리다 나이 88세에 이승을 떠났다. 실존 인물이요, 문헌이 남아있기에 혀만 찬다.

 

저 이의 삶은 인연을 맺는 으로부터 변하였다. 나도 언젠가 인연을 맺는 꿈을 꾸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구를 만난 것만은 분명하다. 웃음에서 백합 같은 향이 났다.

 

인생사 한바탕 꿈으로 풀어낸 김만중의 <구운몽>이란 고소설이 있다. 양소유로 이 세상에 태어나 온갖 부귀영화를 남긴 그[성진]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보니 한바탕 꿈이라고. 그러나 성진[양소유]의 스승 육관대사는 꿈과 현실을 구분 짓지 마라고 꾸짖는다. 꿈이 곧 현실이요, 현실이 곧 꿈이란다.

 

장주지몽(莊周之夢, 장자의 꿈 이야기)이다. 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가 꿈을 깬다. 그러고는 자기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지 원래 나비인 자기가 인간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꿈속에서 누구를 본 게 아니라 누가 꿈속에서 나를 본 것인지도 모른다. 나와 외물은 본디 하나인데 현실에서 갈라진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는 장자의 주장처럼.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나나 꿈을 꾸는 한 살아있고 살아있는 한 꿈을 꾼다. 여러분이나 나나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다.

 

생각을 달리해본다. 어디나 현실[이승]이고 어디나 꿈[저승]이다. 누가 말했던가. 지천으로 널린 게 이승이라고. 그러니 지천으로 널린 게 또한 저승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쓰는 오늘, 2022523. 나는 어떤 꿈을 꿈꾸는가? 이승이면서 또 저승인 이승에서. 꿈을 꾸었기에 나도 여러분도 현실에 살아있다. 그리고 또 꿈을 꾼다. 나도 여러분도, 사람은 사람으로 인하여서 변하니, 동성이든 이성이든 모쪼록 좋은 인연맺는 꾸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