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인의 대선 패배에 대한 분석 글을 읽다가'누구를 찍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찍게 하느냐'에 따라 이미 끝났다.

2022. 3. 14. 11:26글쓰기

선거의 승패는 '누구를 찍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찍게 하느냐'에 따라 이미 끝났다. 20대 대선은 그렇게 끝났지만 대선 후유증은 시작도 안 했다. 한 (여당) 유력 언론인의 대선 패배에 대한 분석 글을 읽었다. ‘언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다. 민주당이 못해서 졌다’가 요지이다. 가재는역시 게 편이다. 이 선거는 이명박 정권 때 미디어법 통과에서 이미 예고[결정]되었다.

 

즉 국민의 힘 20만 표 승리는 미디어법 사생아들인 ‘종편’의 온전한 덕이라 생각한다.(문재인 대통령의 각료 인선 실패와 부동산 정책을 감안하더라도) 종편과 60대 이상의 의기투합은  80% 넘는 투표율로 나타났다. 20만 표쯤 종편의 치적으로 한들 하등 문제가 없다.

 

오늘 종편은 국민의 힘 당선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현 정부에게 건의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여기에 국민의 힘 당선자의 무속 관련까지 생각하니, 이 전 대통령의 선지적 능력에 기함할 뿐이다. 불한당들 승리를 위한 종편의 난장판은 나랏무당과 함께 앞으로 더욱  그 악성(惡聲)을 높일 것을 굳게 믿는다.


아래는 2009년에 써 놓은 글이다. 다시 읽어보자니 그 시절이 떠올라 모골이 송연하다.

<한나라당과 불한당의 세계사>

 

"나랏무당을 불러라!"

나랏무당: 고려·조선 시대에, 국가와 궁중에서 의뢰하는 굿을 담당하던 무당. ≒국무(國巫)·국무녀·궁무(宮巫)·나랏무당.

‘잔혹한 구세주 라자루스 모렐’

‘황당무계한 사기꾼 톰 카스트로’

‘여해적 과부 칭’

‘부정한 상인 몽크 이스트맨’

‘냉혹한 살인자 빌 해리건’

‘무례한 예절 선생 고수께 노수께’

‘위장한 염색업자 하킴 데 메르브’

 

 

『불한당들의 세계사』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이 소설에서 세계의 역사를 이끄는 자들을 저 불한당들에서 찾았다. 불한당은,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재물을 마구 빼앗거나 남 괴롭히는 것을 일삼는 파렴치한 무리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보르헤스는 저들 또한 세계사 속의 인물임에 틀림없다고 한다.  

 

“이제는 민생현안을 …”

 

어제 미디어법을 처리한, ‘가진 자의 천국’을 만드는 일에 노심초사하는 한나라당 원내 대표의 말이 상자 속에서 기어 나온다. 납량 특집성 일본 영화가 생각나 섬뜩하여 얼른 코드를 뽑아버렸다.

 

법률상 통과가 된 것인지? 아닌지?는 논하지 말자. 일개 국민이 무엇을 알겠는가? 하지만 국회에서 보여 준 ‘한나라당’의 행동은 ‘한 나라’의 여당으로서 영판 아니다. 국민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불한당들의 작태’이다.

 

 엊그제 벗과 술 한잔하다, 여의도를 '철새 도래지'라 하였더니 녀석이 픽 웃었다. 속으로 '날 깔보는구나'하여 몹시 상심했는데, 이제 보니 '불한당 소굴'을 잘못 말해서였음이라. 다음에 만나면 꼭 내 잘못을 실토해야겠다.

 

저들은 출발부터 그랬다.  ‘오뢴지’, ‘영어를 잘해야 나라가 산다’,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으로 출발하여, ‘부자들의 보유세 감면’, ‘특목고’, ‘대운하’, ‘미네르바 구속’, …등,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는 불한당 고수들의 초식을 날렸다. 급기야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쾌거를 이끌어 낸 저들이다. 갈피 못 잡는 국민들도 갈기갈기 갈라졌다. 한나라를 만든다더니, '열나라!'만 남았다.

 

‘미디어법’이 무슨 민생현안인가? 조․중․동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법’이라는 것쯤은 태생이 천출인 나도 안다. 결과는 이렇게 나타났다.

 

공권력 보는 부정적 시각 8년 전보다 15%P 높아져 10명 중 3명은 법이나 말보다 주먹이 더 쓸모

2000년 이후 폭력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어떻게 변했을까.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으로 일부에선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권력을 폭력으로 간주하고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향도 강해졌다.

[중앙일보] 2009 2 13일 사회면 기사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전국 7대 광역시의 주민과 전문가 등, 1505명에게 ‘폭력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보도한 기사이다. 대한민국이 불한당들의 세계를 꿈꾼다는 암울한 통계이다. 정의, 대의 민주주의, 지식인임을 보여주어야 할 저 국회가 불한당의 온상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객쩍은 것일까?

 

 ‘가진 자의 천국’을 만드는 언론[종편]과 저 불한당들이 온전한 양심을 빼앗고, 정의를 빼앗고, 대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을 빼앗고, 민주주의를 빼앗았다면 잘못된 것일까?

 

이 시대를, ‘불한당들의 대한민국’으로 기록하면 문제가 있는 것일까? 보르헤스가 이를 알았다면 『불한당들의 세계사』에 저런 분탕질을 일삼는 날불한당을 빼먹지 않았으리라.

 

이럴 때 옛날에는 나랏무당을 불러 굿을 했다 한다. 외쳐야겠다.

나랏무당을 불러라!

나랏무당을 불러라!

나랏무당을 …

그런데, 용한 나랏무당을 불러 큰굿 한 판, 아니 여러 판 벌인들 저 '화나라당'(이키나 실쑤), 아니 ‘한나라당’이 ‘불한당’에서 벗어날지는 참 의문이다.

 2009.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