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우울한 날, 어떤 이와 대화>

2020. 12. 8. 08:07카테고리 없음

<어느 우울한 날, 어떤 이와 대화>

 

새잎 돋을 때 넘긴 원고가 누릇누릇 낙엽 되도록 감감하다. 어렵게 어떻게 되어 가는지요?’ 물어도 출판사로부터 아무런 답장이 없다. 번연히 이유를 알기에 더 묻지를 못한다. 출판 상황이 어떻고, 코로나 19 영향이니는 의미가 없었다. 이미 OECD 국가 중, 최하 독서량이다.

 

어느 낙엽 지는 날, 어떤 이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요즈음 왜 글을 쓰지 않으세요.”

나는 나지막이 이런 항변(抗辯)을 하였습니다.

쓸 글은 많은데, 첫째는 읽을 독자가 없어서요, 둘째는 책 내 줄 출판사가 없어서요, 셋째는 아무리 써도 이 세상이 변하지 않아서입니다.”

어떤 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팔릴 책을 쓰세요.---요즈음 누가 책을 사요. 어떤 세상인데 인문학만 가지고---”

어떤 이는 나를 위해 꽤 긴 베스트셀러 비법을 찬찬이 일러 주었습니다. 어떤 이는 내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단 한 권 사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나보다 더 내 책을 잘 알고 우리나라 출판 현황까지 꿰고 비법까지 알려줍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휴휴헌을 나섰다.

바짝 마른 낙엽 몇이 바스락으스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