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19. 15:52ㆍ간호윤의 책들/연암 박지원 평전(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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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을 내며>
『당신, 연암』개정판을 낸다. 개정판은 『당신, 연암』의 오류를 바로 잡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수정, 산삭, 첨부하였다. 제목도 아예 『연암 평전』으로 바꿨다. 연암 선생 목소리는 더 넣었다.
“선생은 삼교(三敎,유교․불교․도교)에 출입하고 구류(九流,유가․도가 등 여러 학파)에 통달하였으며 문장에 있어서는 좌씨, 장자, 사마천의 진수를 죄다 얻었다.…장강대하가 일사천리로 흘러들어…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당․송의 제가 사이에서 한퇴지나 소동파와 같으니 어찌 기이하지 아니한가.”(민병석)
“기운은 육합에 차고 재주는 천고에 비할 자 없으며 문장은 족히 만군(萬群)을 압도하겠다.”(홍길주)
“예원(藝苑,문장계)의 이른바 신품(神品)에 해당한다.”(김택영)
“문장 중의 신선이다.”(심종우)
모두 내로라하는 문장가들이 연암 선생 글을 두고 한 말이다. 우리 소설사를 최초로 정리한 김태준(金台俊,1905∼1950)은 이러한 찬사를 두고 “제우스의 전당에서 신공(神功)을 찬송하는 무리와 무엇이 다를까? 동방에 한자가 수입된 이후 처음 보는 찬사이리라.”(『조선소설사』, 학예사, 1939, 172쪽)하였다.
그러나, 이런 연암 선생을 우리는 어떻게 대하는가? ‘그러나’라는 역섭사를 붙여야만 하는 이유를 꼭 조목조목 써 놓아야만 알까? 특히 연암의 글쓰기는 더욱 안타깝다. 선생의 글쓰기 세계는 문장론이며 문학론까지, 그야말로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통할 정도로 수준 높다. 내 나라 문인, 우리 고전만 챙기자는 국수주의나 전공의 이기가 아니다. 연암 선생이 세계적 문호임을 우리가 몰라준다면 누가 알아주겠느냐는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우수(雨水)에 서설(瑞雪)이 내린다. 온 천지가 하얗게 덮였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추위가 슬슬 녹아 없어진다는 뜻이다. 이제 경칩이 지나면 봄기운이 돌고 초목은 싹트리라. 아래는 연암 선생이 열반한 주공 스님을 위해 지은 「주공탑명」을 제자 이덕무가 비평한 글 일부다. 이덕무는 연암 선생을 선생으로 모셨다.『종북소선』에 실려 있다.
껄껄! 저 주공 스님은 과거 물거품이요, 咦彼麈公 過去泡沫
이 글을 지은 연암 선생은 지금 물거품이며, 爲此文者 見在泡沫
지금으로부터 백 천년 뒤 이글을 읽는 자네는 미래 물거품일세. 伊今以往 百千歲月 讀此文字 未來泡沫
물거품에 비친 모든 사물은 물거품과 함께 사라진다. 주공 스님도, 연암 선생도, 이글을 쓴 이덕무도, 미래에서 지금이 되어 이글을 읽는 우리도, 그리고 미래에 이글을 읽을 자네들도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 물거품이 되기 전에 한번쯤 더 물거품에 비친 나를 쳐다 본다.
2019년, 2월 19일, 우숫날에 휴휴헌에서 휴헌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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