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소설이 만났을 때

2014. 3. 5. 19:36간호윤의 책들/한국고소설도특강(2014년)

 


그림과 소설이 만났을 때

저자
간호윤 지음
출판사
새문사 | 2014-02-2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구운몽], [심청전], [춘향전], [임경업전], [전등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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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다시 태어난다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57%)는 답이 태어나고 싶다’(43%)보다 앞섰다.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답은 20대가 60%로 가장 많았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과도한 경쟁, 치열한 입시, 스펙 쌓기 등이었다. 가장 암울한 한국의 사회현실로는 정치가 꼽혔다. 응답자의 70%가 한국은 공정하지 않고,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답했다(두잇 서베이 조사).

 

201431일 한 조간신문 기사의 내용이다.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이 땅 조선, 저 시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저 시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구름 낀 볕뉘조차 쬐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 고소설이 있었고, 그 고소설을 그림으로 그려 아예 생활화시킨 것이 고소설도이다. [구운몽]의 팔선녀 같은 경우는 아예 죽은 이의 상여에 매다는 상여꼭두가 되기까지 하였다. 이 책은 이러한 고소설도를 발맘발맘 따라잡은 책이다.

"민중의 겨레그림이다!" "속세의 속인배의 그림이다!"

고소설도(古小說圖)’가 속한 속화에 대한 극단적인 평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은 숨결을 내쉬는 동포이련만 한쪽은 최상의 주례사적 비평이요, 한쪽은 병리학적 보고서인 셈이다. 이 책은 이러한 극단의 반응을 보이는 속화에 속한 고소설도를 추적하였다. 고소설도는 문학인 고소설이 문화접변현상으로 조형 예술과 융합한 그림으로, 조선후기 문화예술의 지형도를 바꾸어 버렸다. 속화는 조선 후기 주로 서민층에 유행하였던, 일반 백성들과 친연성이 매우 강한 장르였고, 18~21세기 초를 이끈 하나의 대중문화(popular culture)현상이요 조선인의 예술 활동이었다. 그렇기에 속화 고소설도는 도화서 화원들의 그림에 비해도 조금도 깔축없다.

이 책에는 [구운몽], [심청전], [춘향전], [임경업전], [전등신화], [토끼전], [서유기], [수호전], [삼국지연의] 등의 고소설도가 실려 있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그 수조차 모르고 있는 우리의 벽화, 병풍, 꼭두 등의 다양한 고소설도들을 한눈에 감상하면서 그 유형과 의미 ·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고설도는 감상의 박물학이기에 소설독서, 제화비평, 그림, 학문의 실용성 등 문자예술과 조형예술의 흥미로운 만남이란 점도 다루고 있다. 문자라는 코드를 그림으로, 조각으로 각종 조형예술로 바꾸어간 고소설도는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디지털 매체 환경의 변화에 우리 고전문학을 활용하여, 상상력과 창조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고소설도는 고전의 현대적 활용이란 시간성까지 이어지는 매우 다의성과 창의성을 지닌 독서예술교육매체도 될 수 있다.

그러나 고소설도는 현재 그 윤곽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수장고나 박물관 지하창고에 갈무리되어 있거나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것도 한 이유지만, 그보다 연구자의 부족부터 들어야한다. 이 연구를 하려면 발품을 족히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저자가 고전을 읽고 쓴다고전독작가라 자칭하며 고전의 현대화에, 그것도 문헌을 찾아 현대적인 변용에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우리의 출판이 진실한 것이라면 무서운 것은 매스컴의 악평이 아니다. 오히려 묵살이다."-일본의 출판인 간키 하루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