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23일 Facebook 이야기
2012. 11. 23. 23:59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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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Charon)의 동전 한 닢
남자가 있으면 여자를 부르고, 여자가 있으면 남자가 꼬이는 것은 정한 이치입니다. 하나도 괴이할 것이 없지요.
그런데 이제나 저제나 돈이란 놈이 남녀의 사이를 떡하니 가로막습니다. 요즈음 안방을 점령하고 천박의 극치를 넘나드는 TV 연속극은 대부분 저 이야기를 빼면, 이야기 설정 자체가 안 됩니다. 참 돈이 무섭고 돈 많이 가진 사람들은 더 무섭습니다.
‘카론(Charon)의 동전 한 닢’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 그리스에서는 죽은 사람의 입에 동전 한 닢을 물려 장례를 치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돈은 죽은 자가 건너는 강의 뱃사공인 카론에게 줄 노잣돈을 말합니다. 물론 동양에도 ‘반함(飯含)’이라 하여 상주가 버드나무숟가락으로 쌀 몇 낟알과 구슬 한 알을 망자(亡者) 입 속에 넣는 의식이 있습니다. 역시나 저승 노자입니다. 죽어서도 노자마련 없이는 저승길 나서기도 힘드나 봅니다.
하지만 예전엔 그래도 인정머리가 있어서인지, 돈의 가치를 모든 것에 우선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라를 이끄는 양반네들, 특히 한골 나가는 계층은 “혼인하고 장가드는 데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의 일이다(婚娶而論財 夷虜之道也).”라는 글을 줄줄 외워 재꼈기 때문입니다.
눌은(訥隱) 이광정(李光庭)의 작품 중에는 재미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그 중, <노파지오락(老婆之五樂)>이라는 우언이 있습니다. 이 우언은 눌은의 문집인 『망양록(亡羊錄)』에 실려 있습니다. 『망양록』에는 21편의 우언이 실려 있는데 ‘망양(亡羊)’이란 뜻은 『장자(莊子)』 「병무편(騈拇篇)」에 보이는 ‘책을 읽느라 양을 잃어버렸다.’는 독서망양(讀書亡羊)의 ‘망양’ 의미와 근사합니다. 즉, ‘자기의 본분’을 잊어버리는 것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노파지오락’은 반어적 명명입니다. 풀이하자면 ‘노파의 다섯 가지 즐거움’이라는 뜻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노파는 길가의 움막에서 겨우 목숨을 연명하며 꼽추병을 앓습니다. 이 노파에게 한 관리가 ‘인생의 낙이 있소?’라고 묻습니다.
노파는 다섯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하니, 이렇습니다.
“첫째는 여자로 태어나게 해서,
둘째는 미천하게 해서,
셋째는 근로하게 해서,
넷째는 병에 들게 해서,
다섯째는 배고프고 춥게 해서 즐겁습지요.”(김영, 『망양록 연구』, 집문당, 2003)
어찌 저 일이 ‘즐겁다’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시의 사회에 대한 뼈아픈 일갈이 아니겠습니까. 아마 지금도 저러한 이는 많을 것입니다. 등 따습고 배부른 사람들, 특히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은 저런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망양’의 교훈, 곧 ‘자기의 본분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
→ 간호윤 이런 고민자체가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