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3일 Facebook 이야기

2012. 12. 3. 23:59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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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앎> 1.

    엊그제 ‘국립생물자원관’을 찾았다가 내 앎이 얼마나 짧은지 알았습니다.
    지구상의 생물종이 무려 1000만 종이라는 사실, 이 중 알려진 것은 175만 여 종, 우리나라에는 10만 종의 생물이 살고, 겨우 29828종만이 학계에 보고되었다는군요.
    내 책상 위에 놓인 국어사전을 펼쳐봅니다. 31만 어휘가 수록되었습니다.
    한 곳을 펼쳐 내가 아는 단어를 세어 봅니다.
    하나, 둘, …다섯을 못 넘습니다.
    어디 가서 국어 선생이란 말을 말아야겠습니다.

    엊그제 ‘국립생물자원관’을 찾은 충격을 블로그에 써 놓은 글이다. 내 아는 것이 참 좁음을 느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혹 이러하지 않은지? 나는 늘 저렇게 산다.
    연암은 「능양시집서」에서 “명철한 선비에게는 괴이한 것이 없으나 비속한 사람에게는 의심스러운 것이 많다. 그야말로 본 것이 적으면 괴이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체로 명철한 선비라고 해서 물건 하나하나를 제 눈으로 보고야만 아는 것이랴? 하나를 들으면 눈으로 열 가지를 그리고, 열을 보면 마음으로 백 가지를 생각해서, 천 가지 괴이한 것과 만 가지 신기로운 것이 모두 다 물건에서 그치여 버리고, 자기는 직접 관련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이런 것 저런 것을 끝없이 맞아들이기도 하고 내보내기도 한다”라고 하였다. 박문강기에 멈출 것이 아니라, 심문, 신사, 명변, 독행까지 배움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소리이다. 생각은 방목하되, 마음은 잡도리하지 않으면 결코 이를 수 없다.
    이와는 저 상대편에선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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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앎>2.
    차치리식 사고

    차치리(且置履)라는 사람이 어느 날 장에 신발을 사러 가기 위하여 발의 크기를 본으로 떴습니다. 이를테면 종이 위에 발을 올려놓고 발의 윤곽을 그렸습니다. 한자(漢字)로 그것을 탁(度)이라 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가 장에 갈 때는 깜빡 잊고 탁을 집에 두고 갔습니다. 신발 가게 앞에 와서야 탁을 집에다 두고 온 것을 깨닫고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제법 먼 길을 되돌아가서 탁을 가지고 다시 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장이 파하고 난 뒤였습니다. 그 사연을 듣고는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탁을 가지러 집에까지 갈 필요가 어디 있소. 당신의 발로 신어보면 될 일이 아니오”
    차치리가 대답했습니다.
    “아무려면 발이 탁만큼 정확하겠습니까?“

    『한비자』에 보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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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윤 과학에 광신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시네요^^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주일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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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윤 예, 참 안다는 게 그렇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분주한 연말 평안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