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3. 17:31ㆍ카테고리 없음
운명
연초라서 그런지 운수니 ‘운명(運命:運數)’이니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애꿎게 손바닥에 접혀진 주름을 보며 명줄이 짧으니 기니, 어쩌고저쩌고도 한다. 홍대용(洪大容, 1731~1783)의 『담헌서(湛軒書)』「내집 2권(內集 卷二)」‘사론(史論)’을 보면 운명에 대한 이런 글이 있다. (‘사론’은 주로 동진시대(東晋時代)의 인물에 대한 평을 적어 놓은 글이다.)
곽박이 안함을 위해 점을 쳐보려고 하자, 안함이 말하였다.
“수명이란 하늘에 달려 있고, 지위란 사람에게 매여 있는 것. 자기의 몸을 닦아도 하늘이 돌봐주지 않는 것은 운명이요, 바른 도리를 지켜도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것은 태어난 본성이지요. 저에게는 정해진 성명(性命)이 있으니, 시귀(점칠 때에 쓰는 가새풀과 거북)를 괜히 수고롭게 하지 마세요(年在天, 位在人, 修己而天不與者, 命也. 守道而人不知者, 性也. 自有性命, 無勞蓍龜).”
곽박(郭璞)은 감여술로 안함(顔含)은 학자로 이름난 진 나라 때 사람이다.
‘감여술(堪輿術)’이란 하늘과 땅, 음양설에 의하여 집터나 묘 자리를 잡거나 또는 풍수지리에 관한 학문이다. ‘시ㆍ귀(蓍龜)란 점치는데 쓰이는 시초와 거북을 말한다. 설명할 것도 없이, 곽박이 안함을 위해 점괘를 보려하자, 안함은 정해진 운수이니 부질없는 짓하지 말라는 뜻이다. 안함의 말을 되 친다면, ‘그저 직수굿이 온 정성을 다할 뿐’이란 의사와 크게 멀지는 않으리라.
한 옥편을 찾아보니 운명이란 ‘사람에게 닥쳐오는 길흉화복의 사정’이라고 간단히 적어 놓았다. 운명의 ‘운(運)’이란 글자는 ‘돌 운’이다. ‘길흉화복’이 빙빙 돌다는 의미이다. 운전무이(運轉亡已)라 하였다. ‘우주의 만물이 늘 운행 변전하여 잠시도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연의 섭리는 길흉도 화복도 제자리에 멈추어 마냥 있는 것은 없다하니 우리네 운명도 저렇게 이해한들 어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