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료

2009. 3. 2. 18:11중앙대/생활한자

蜘蛛賦

李鈺(1760~1812)

 

이 先生이 저녁 서늘한 틈을 타서 뜰에 나가 거닐다가, 한 마리 거미가 낮은 처마 앞에 거미줄을 날리고, 해바라기 가지에 網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 거미는 거미줄을 가로로 치고 세로로 치고 垂直으로 펴고 水平으로 펴는데, 그 너비는 한 자쯤 되고 그 形式은 컴퍼스에 맞았으며, 성글지 않고 稠密하여 실로 巧妙하고도 奇異하였다. 이 선생은 그것을 보고, 거미에게 남의 것을 탐내는 機心(巧妙한 手段으로 남을 속임)이 있다고 여겨, 지팡이를 쳐들어서 그 거미줄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전부 걷어내고 없애고는 내려치려고 하는데, 거미줄 위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듯하였다.

"나는 내 줄을 짜서 내 배를 채우려고 하오. 당신에게 무슨 관계가 있다고, 내게 害毒을 끼치는 게요?"

이 선생이 怒하여 말하였다.

"機械를 設置하여 生命을 害치는 것은 벌레들의 敵이다! 나는 너를 除去하여 다른 벌레에게 德을 베풀겠다."

그러자 그 거미는 다시 껄껄 웃으면서 말하였다.

"아아! 漁夫가 그물을 설치하여 바다 물고기가 걸려드는 것을 두고, 어부가 暴虐한 짓을 한다고 하겠소?

虞人(狩獵을 맡은 동산지기)이 펼친 그물에 들짐승이 걸려 결국 부엌에 料理로 오르게 된다면, 우인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겠소? 士師(법무관)가 내건 法令에 惡毒한 자가 抵觸되어 監獄이나 流配地에 갇히게 된다면, 그걸 두고 사사의 잘못이라고 하겠소? 만일 선생 말대로라면, 선생 같은 분들이 어찌하여 伏羲(백성들에게 고기 잡고 牧畜하는 方法을 가르쳤다고 함)가 그물을 칠 때 간하여 말리지 않았고, 伯益이 山岳을 불태울 때 막지 않았으며, 皐陶(舜 임금의 臣下로 刑法을 管掌하였다)가 罪를 論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꾸짖지 않았단 말이오? 그것과 이것이 무어 다르단 말이오? 더구나 선생은 내 그물에 걸려든 자들이 어떤 자들인지 아오?

나비는 放蕩한 자라서 粉丹粧을 해서 世上을 속이고 繁華한 것을 좋아하며 좇으며 흰 꽃, 붉은 꽃만 偏愛하오. 그렇기에 내 그물에 걸려드는 것이오.

파리는 참으로 小人輩라 깨끗한 玉도 그 놈 똥이 묻어 讒訴를 입었고 술과 고기에 맛을 들여 목숨이 중한 걸 잊으며 利益을 좋아하여 싫증을 내지 않소. 이 때문에 내 그물에 걸려드는 것이오.

매미는 자못 淸廉 正直하여 文學하는 선비 같지만 제 울음이 좋다고 스스로 자랑하여 시끄럽게 울어대오. 그 때문에 내 그물에 걸려드는 게요.

벌은 실로 마음이 비뚤어진 놈이라, 제 몸에 꿀과 칼을 지니고는 妄靈되게도 蜂衙(벌집)에 간다고 하면서 부질없이 봄꽃을 탐내오. 이 때문에 내 그물에 걸려든다오.

모기는 가장 엉큼한 놈으로 性質이 饕餮(貪慾이 많고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想像 속의 흉악한 짐승.) 같아 낮에는 숨고 밤에는 나타나서 사람의 膏血을 빨고 다니오. 그 때문에 내 그물에 걸려들어요.

잠자리는 品行이 방정맞아 貴公子 마냥 촐랑대어 제자리에 눌러앉아 있지 않고 회오리바람같이 홀연 이리 날고 저리 날죠. 그 때문에 내 그물에 걸려든다오.

 

그밖에 부나방은 災殃을 즐기고 초벌레는 일을 좋아하며 반딧불이는 활활 타오르는 듯 과장하고 하늘소는 감히 하늘이란 이름을 몰래 훔쳤지요. 鮮明한 빛깔의 치마 같은 하루살이와 수레바퀴에 맞서는 사마귀의 무리들은 허물을 스스로 만들어 凶厄을 피할 수 없기에 그물에 몸이 걸려 肝과 腦가 땅에 짓밟히게 된다오.

아! 周나라 成王 · 康王의 和平 時節이 아니므로 刑罰을 쓰지 않을 수도 없고 사람은 神仙이나 부처가 아니므로 공밥을 먹을 수도 없는 것. 저들이 그물에 걸린 것은 저들의 잘못이니, 내가 그물을 친 것이 어찌 나의 잘못이란 말이오? 그렇거늘 선생은 저들에게는 사랑을 베풀면서 나에게만은 화를 내며 나를 훼방하면서 도리어 저들을 보호한단 말이오?

오호라! 麒麟은 붙잡을 수 없고 鳳凰은 誘引할 수 없듯이, 君子는 道理를 알기에 오랏줄에 묶여 監獄에 있는 것이 災殃이 될 수 없소. 아무쪼록 이것을 잘 보시고 삼갈 것이며 힘쓸지어다! 스스로 이름을 팔지 말고 스스로 재주를 함부로 자랑하지 말며, 利益을 추구하다가 災殃을 부르지 말고 財物 때문에 죽지 마시오. 스스로 똑똑한 채 妄靈되이 굴지 말고, 남을 怨望하거나 猜忌하지 마시오. 땅을 잘 가려서 디딜 만한 곳인지를 알아본 뒤 발을 내디디고, 때에 맞추어 갈 때 가고 올 때 오도록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는 훨씬 큰 거미가 있으니, 그 그물은 내가 쳐 놓은 境界 정도가 아니고 훨씬 크다오."

이 선생이 그 말을 듣고 지팡이를 던져 버리고 세 번이나 자빠질 정도로 허겁지겁 내달려 문간에 이르러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는 바닥을 굽어보면서 비로소 한숨을 쉬었다.

거미는 다시 나와서 종전처럼 그물을 치기 시작했다.

 

 

 

'중앙대 > 생활한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포트에 관하여  (0) 2010.11.12
2008학년도 1學期 生活漢字 中間考査  (0) 2009.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