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시간입니다.

2009. 2. 18. 13:51카테고리 없음

참시간입니다.

참들 드셨는지요?

 

 

참(站).

“아홉 참(站)식 열 참(站)식 녜거늘”

“하루에 아홉 참(站)식 열 참(站)식 가거늘”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간행된 『박통사언해 朴通事諺解』라는 책에 보이는 용례입니다. 여기서 ‘참’이란, 공무로 여행하는 사람이 쉬던 곳을 이르는 말이지요. ‘역참(驛站)이라고도 합니다.

‘한참 기다렸나?’처럼 우리가 자주 쓰는 이 ‘한참’도 여기에서 유래하였습니다. ‘한참’은 두 역참(驛站)사이의 거리를 가리키던 데서 비롯한 말로, 역참과 역참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 사이를 오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지요. 즉 공간 개념이 시간 개념으로 바뀐 경우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새참(곁두리)이니, 밤참이니, 할 때의 '참'도 이 참(站)에 잇댑니다. 여기서 ‘참’은 일을 하다가 잠시 쉬며 먹는 음식이지요. 우리 속담에 “고추 밭을 매도 참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추 밭 매기처럼 헐한 일이라도 ‘참’을 준다는 뜻으로, 작은 일이라도 사람을 부리면 보수로 끼니는 때워줘야 한다는 속담이지요.

이외에도 ‘참’은 ‘일을 하다가 쉬는 일정한 사이’나 “집에 가려던 참이다.”처럼 무엇을 하는 경우나 때를 지칭하는 등 그 쓰임새는 참, 여럿입니다.

『예기禮記』의 「학기禮記」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수유가효 불식 부지기미야(雖有嘉肴 弗食 不知其旨也)”

‘비록 제 아무리 맛있는 안주가 있어도 먹지 않으면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배움을 음식에 빗댄 글이지요.

책에는 여러 좋은 글들이 있습니다. 허나, 마음으로 글을 보지 않는다면 허연 백지 위의 파리 대가리만한 점일 뿐이겠지요.

이 ‘참(站)’에는 ‘새참’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천천히 이 ‘참(站)’에서 쉬며 ‘새참’ 한 번 드셔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