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自誠의 菜根譚(萬曆本) 前集
채근담
001.
棲守道德者,寂寞一時.依阿權勢者,凄凉萬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達人觀物外之物 思身後之身,
달인관물외지물 사신후지신
寧受一時之寂寞,毋取萬古之凄凉.
영수일시지적막 무취만고지처량.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덕을 베풀고 사는 사람은 한 때 외롭고 쓸쓸할 뿐이지만,
힘과 재물에만 의지하여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영원히 불쌍하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은 눈앞에 나타난 사물 밖의 사물을 관찰하여
힘이나 재물이외의 진리를 생각하고 이 몸 뒤에 다시 태어나 받을 몸에 대해 생각하나니,
차라리 한 때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딜지언정 영원히 불쌍해짐을 취하지 않는다.
002.
涉世淺,點染亦淺.歷事深,機械亦深.
섭세천 점염역천 역사심 기계역심.
故君子與其達練,不若朴魯.與其曲謹,不若疎狂.
고군자여기단련 불약박로 여기곡근 불약소광.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마치 거친 물결을 건너가는 것과 같다.
세상살이의 경험이 얕으면 세상에 때묻는 것 또한 적고,
세상살이의 경험이 많으면 교묘한 수단으로 사람을 속이는 것 또한 깊어진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인생을 능숙하게 살기보다 정직하고 순박하게 살아가며,
치밀하고 약삭빠르게 살기보다는 어리석음을 취하여 소탈하게 살아간다.
003.
君子之心事,天靑日白,不可使人不知.
군자지심사 천청일백 불가사인부지.
君子之才華,玉■珠藏,不可使人易知.
군자지재화 옥온주장 불가사인이지.
참된 사람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꾸밈이나 거짓이 없어서,
하늘이 푸르고 태양이 빛나는 것처럼 누가 보더라도 그 마음을 곧 알 수 있게 하고,
자신의 재주나 지혜는 구슬이 바위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과 같이 하여
남들이 쉽사리 알게 하지 않는다.
004.
勢利紛華,不近者爲潔.近之而不染者 爲尤潔.
세리분화 불근자위결 근지이불염자 위우결.
智械機巧,不知者爲高.知之而不用者 爲尤高.
지계기교 부지자위고 지지이불용자 위우고.
이익과 세력 그리고 사치와 부귀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청렴결백하다고 하지만
이것을 가까이하고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이 더욱 청렴결백한 사람이고,
잔재주와 교묘한 방법으로 남을 중상모략하지 않는 사람을 고상하다고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고상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다.
005.
耳中 常聞逆耳之言,心中 常有拂心之事,總是進德修行的砥石.
이중 상문역이지언 심중 상유불심지사 재시진덕수행적지석
若言言悅耳 事事快心,便把此生,埋在■毒中矣.
약언언열이 사사쾌심 변파차생 매재짐독중의.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진심어린 충고의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는 이롭다." 하였듯이
귀에 항상 거슬리는 말이 들리고 마음속에서는 항상 마음에 어긋나는 일만 일어난다면,
이것이야말로 덕과 행실을 갈고 닦는 숫돌이 될 것이며,
만약 들리는 말마다 귀에 즐겁고 하는 일마다 마음을 흡족하기만 하다면,
이야말로 자기 몸을 매어 그 그림자만 지나간 음식을 먹어도 사람이 죽는다는
짐새의 독(毒)속에 자신을 파묻는 일이 될 것이다.
006.
疾風怒雨,禽鳥戚戚.霽日光風,草木欣欣.
질풍노우 금조척척 제일광풍 초목흔흔
可見天地 不可一日無和氣 人心不可一日無喜神.
가견천지 불가일일무화기 인심불가일일무희신.
거센 바람과 성난 비에는 새들도 조심하고,
갠 날씨와 따뜻한 바람에는 풀과 나무도 기뻐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의 따뜻한 기운이 없다면 이 세상이 하루도 존재하지 못함을 알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기쁨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007.
醴肥辛甘 非眞味.眞味 只是淡.
농비신감 비진미 진미 지시담
神奇卓異 非至人.至人 只是常.
신기탁이 비지인 지인 지시상.
잘 익은 술, 기름진 고기와 맵고 단 것이 참 맛이 아니다.
참 맛은 다만 담담할 뿐이다.
신기한 재주를 부리고 별다른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고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다만 평범할 뿐이다.
008.
天地 寂然不動,而氣機 無息少停.
천지 적연부동 이기기 무식소정
日月 晝夜奔馳,而貞明 萬古不易.
일월 주야분치 이정명 만고불역
故 君子 閒時 要有喫緊的心事,忙處 要有悠閒的趣味.
고 군자 한시 요유끽긴적심사 망처 요유유한적취미.
하늘과 땅은 고요하지만 그 활동을 잠시도 멈추지 않으며,
해와 달은 밤낮으로 달리고 있지만 그 빛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한가로운 때에 다급함을 대비하는 마음을 가지고,
바쁜 때에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자신의 뜻을 되돌아본다.
009.
夜深人靜,獨坐觀心,始覺妄窮而眞獨露,每於此中,得大機趣.
야심인정 독좌관심 시각망궁이진독로 매어차중 득대기취.
旣覺眞現而妄難逃,又於此中,得大■■.
기각진현이망난도 우어차중 득대참뉴.
밤이 깊어 사람들이 잠들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비로소 허망한 생각이 흩어지고 참된 마음이 나타나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언제나 이런 가운데서 큰 진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참된 마음이 나타났음을 느끼면서도
허망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면,
또한 이 가운데서 참된 부끄러움을 느껴 얻게 되는 것이다.
010.
恩裡,由來生害.故 快意時,須早回頭.
은리 유래생해 고 쾌의시 수조회두
敗後,或反成功.故 拂心處, 莫便放手.
패후 혹반성공 고 불심처 막편방수.
은혜를 받고있는 그 속에서 재앙이 싹트는 것이니
그러므로 만족스러울 때에는 주위를 되돌아 보라.
또한 실패한 뒤에 오히려 성공이 따르는 수도 있는 것이니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손을 놓지 말라.
011.
藜口■腸者,多氷淸玉潔.袞衣玉食者,甘婢膝奴顔.
여구현장자 다빙청옥결 곤의옥식자 감비슬노안
蓋志以澹泊明,而節從肥甘喪也.
개지이담박명 이절종비감상야.
명아주와 비름나물과 같은 들풀로 입을 달래고 창자를 채우는 가난 속에서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은 얼음처럼 맑고 옥구슬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부귀를 탐내어 비단옷을 입고 기름진 고기를 먹는 사람 중에는
남에게 굽실거리며 종노릇하는 것을 달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은 청렴결백하여야 지조(志操)가 깃들어 밝아지고,
부귀를 탐내면 절개(節槪)를 잃게 된다.
012.
面前的田地,要放得寬,使人無不平之歎.
면전적전지 요방득관 사인무불평지탄
身後的惠澤,要流得久,使人有不■之思.
신후적혜택 요류득구 사인유불궤지사.
살아 있을 때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여
불평을 듣지 않도록 하며, 죽은 뒤에는 은혜가 길이 이어지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013.
徑路窄處,留一步與人行.
경로착처 유일보 여인행
滋味濃的,減三分讓人嗜.此是涉世一極安樂法.
자미농적 감삼분 양인기. 차시섭세 일극안락법.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남을 먼저 지나가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혼자 먹지말고 일부를 덜어서 남들과 나누어 먹어라.
이런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014.
作人,無甚高遠事業,擺脫得俗情,便入名流.
작인 무심고원사업 파탈득속정 편입명류.
爲學,無甚增益工夫,減除得物累,便超聖境
위학 무심증익공부 감제득물루 편초성경.
사람이 뛰어나게 위대한 일을 한 것은 없을지라도
속된 욕정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이름이 헛되지 않을 것이요,
학문을 하는 사람이 비록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할지라도
물욕을 마음속에서 물리치기만 한다면
이것으로 능히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015.
交友,須帶三分俠氣.作人,要存一點素心.
교우 수대삼분협기 작인 요존일점소심.
친구를 사귈 때에는 서로 넉넉히 도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사람을 부릴 때에는 반드시 한 점의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016.
寵利,毋居人前.德業,毋落人後.
총리 무거인전 덕업 무락인후
受享,毋踰分外.修爲,毋減分中.
수향 무유분외 수위 무감분중.
혜택과 이익을 보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사람에게 덕을 베푸는 것은
다른 사람에 뒤떨어지지 말라.
남에게 받는 보수는 자신의 분수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자신을 다스려 스스로 몸을 닦는 일은 자신의 분수에 넘치도록 행하라.
017.
處世,讓一步爲高.退步,卽進步的張本.
처세 양일보위고 퇴보 즉진보적장본
待人,寬一分是福.利人,實利己的根基.
대인 관일분시복 이인 실이기적근기.
세상살이에서는 한 걸음 양보할 줄 아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니,
그것은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곧 스스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할 때는 엄격함보다 너그럽게 하는 것이 복이 되는 것이니,
그것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사실은 자기를 이롭게 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018.
蓋世功勞,當不得一箇矜字.
개세공로 당부득일개긍자.
彌天罪過,當不得一箇悔字.
미천죄과 당부득일개회자.
온 세상에 알려질 만큼 큰 공로를 세웠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그 일을 자랑한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며,
하늘에 가득 찰 만큼 큰 죄를 지었더라도
진심으로 깊이 뉘우친다면 그 죄는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019.
完名美節,不宜獨任.分些與人,可以遠害全身.
완명미절 불의독임 분사여인 가이원해전신.
辱行汚名,不宜全推.引些歸己,可以■光養德.
욕행오명 불의전추 인사귀기 가이도광양덕.
이름을 좋게 알리고 착한 일을 할 때에는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라.
조금은 남에게 나누어주어야 해를 멀리하여 몸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다.
욕된 행실과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라.
조금은 끌어다 나의 책임으로 돌려야 지혜를 안으로 간직하고 덕을 기를 수 있으리라.
020.
事事 留個有餘 不盡的意思,
사사 유개유여 부진적의사
便造物 不能忌我,鬼神不能損我.
편조물 불능기아, 귀신불능손아
若業必求滿 功必求盈者,不生內變,必召外憂.
약업필구만 공필구영자 불생내변 필소외우.
모든 일에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갖고 여지를 남겨 둔다면
하느님도 나를 버리지 못하고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일마다 반드시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공들임마다 다 채워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안으로 변고가 생기지 않으면 밖으로 근심을 불러들이게 되리라.
011.
藜口■腸者,多氷淸玉潔.袞衣玉食者,甘婢膝奴顔.
여구현장자 다빙청옥결 곤의옥식자 감비슬노안
蓋志以澹泊明,而節從肥甘喪也.
개지이담박명 이절종비감상야.
명아주와 비름나물과 같은 들풀로 입을 달래고 창자를 채우는 가난 속에서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은 얼음처럼 맑고 옥구슬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부귀를 탐내어 비단옷을 입고 기름진 고기를 먹는 사람 중에는
남에게 굽실거리며 종노릇하는 것을 달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은 청렴결백하여야 지조(志操)가 깃들어 밝아지고,
부귀를 탐내면 절개(節槪)를 잃게 된다.
012.
面前的田地,要放得寬,使人無不平之歎.
면전적전지 요방득관 사인무불평지탄
身後的惠澤,要流得久,使人有不■之思.
신후적혜택 요류득구 사인유불궤지사.
살아 있을 때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여
불평을 듣지 않도록 하며, 죽은 뒤에는 은혜가 길이 이어지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013.
徑路窄處,留一步與人行.
경로착처 유일보 여인행
滋味濃的,減三分讓人嗜.此是涉世一極安樂法.
자미농적 감삼분 양인기. 차시섭세 일극안락법.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남을 먼저 지나가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혼자 먹지말고 일부를 덜어서 남들과 나누어 먹어라.
이런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014.
作人,無甚高遠事業,擺脫得俗情,便入名流.
작인 무심고원사업 파탈득속정 편입명류.
爲學,無甚增益工夫,減除得物累,便超聖境
위학 무심증익공부 감제득물루 편초성경.
사람이 뛰어나게 위대한 일을 한 것은 없을지라도
속된 욕정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이름이 헛되지 않을 것이요,
학문을 하는 사람이 비록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할지라도
물욕을 마음속에서 물리치기만 한다면
이것으로 능히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015.
交友,須帶三分俠氣.作人,要存一點素心.
교우 수대삼분협기 작인 요존일점소심.
친구를 사귈 때에는 서로 넉넉히 도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사람을 부릴 때에는 반드시 한 점의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016.
寵利,毋居人前.德業,毋落人後.
총리 무거인전 덕업 무락인후
受享,毋踰分外.修爲,毋減分中.
수향 무유분외 수위 무감분중.
혜택과 이익을 보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사람에게 덕을 베푸는 것은
다른 사람에 뒤떨어지지 말라.
남에게 받는 보수는 자신의 분수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자신을 다스려 스스로 몸을 닦는 일은 자신의 분수에 넘치도록 행하라.
017.
處世,讓一步爲高.退步,卽進步的張本.
처세 양일보위고 퇴보 즉진보적장본
待人,寬一分是福.利人,實利己的根基.
대인 관일분시복 이인 실이기적근기.
세상살이에서는 한 걸음 양보할 줄 아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니,
그것은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곧 스스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할 때는 엄격함보다 너그럽게 하는 것이 복이 되는 것이니,
그것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사실은 자기를 이롭게 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018.
蓋世功勞,當不得一箇矜字.
개세공로 당부득일개긍자.
彌天罪過,當不得一箇悔字.
미천죄과 당부득일개회자.
온 세상에 알려질 만큼 큰 공로를 세웠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그 일을 자랑한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며,
하늘에 가득 찰 만큼 큰 죄를 지었더라도
진심으로 깊이 뉘우친다면 그 죄는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019.
完名美節,不宜獨任.分些與人,可以遠害全身.
완명미절 불의독임 분사여인 가이원해전신.
辱行汚名,不宜全推.引些歸己,可以■光養德.
욕행오명 불의전추 인사귀기 가이도광양덕.
이름을 좋게 알리고 착한 일을 할 때에는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라.
조금은 남에게 나누어주어야 해를 멀리하여 몸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다.
욕된 행실과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라.
조금은 끌어다 나의 책임으로 돌려야 지혜를 안으로 간직하고 덕을 기를 수 있으리라.
020.
事事 留個有餘 不盡的意思,
사사 유개유여 부진적의사
便造物 不能忌我,鬼神不能損我.
편조물 불능기아, 귀신불능손아
若業必求滿 功必求盈者,不生內變,必召外憂.
약업필구만 공필구영자 불생내변 필소외우.
모든 일에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갖고 여지를 남겨 둔다면
하느님도 나를 버리지 못하고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일마다 반드시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공들임마다 다 채워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안으로 변고가 생기지 않으면 밖으로 근심을 불러들이게 되리라.
031.
富貴家,宜寬厚,而反忌刻.
부귀가 의관후 이반기각
是富貴而貧賤其行矣,如何能享?
시부귀이빈천기행의 여하능향
聰明人,宜斂藏,而反炫耀.
총명인 의렴장 이반현요
是聰明而愚 其病矣,如何不敗?
시총명이우몽기병의 여하불패
부귀한 집안은 마땅히 너그럽고 후해야 한다.
그러나 도리어 남을 시기하고 남에게 대하는 것이 각박하다면
이것은 부귀하면서도 그 행실을 가난하고 천박하게 하는 것이니
어찌 능히 그 부귀를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그 재주를 숨기고 감추어야 하는데
도리어 드러내어 자랑한다면 이것은 총명하면서도 어리석고
어두운 병폐에 빠져 있음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032.
居卑而後知登高之爲危.處晦而後知向明之太露.
거비이후지등고지위위 처회이후지향명지태로
守靜而後知好動之過勞.養默而後知多言之爲躁.
수정이후지호동지과로 양묵이후지다언지위조
낮은 곳에 살아 본 후에야 높은 데 올라가는 것이 위태로운 것임을 알게 되고,
어두운 곳에 있어 본 후에야 밝은 빛이 눈부신 줄 알게 된다.
조용한 생활을 해 본 후에야 분주하게 움직이기 좋아함이 수고로운 것임을 알게 되고,
침묵하는 것을 배운 후에야 말 많은 것이 시끄러운 줄 알게 된다.
033.
放得功名富貴之心下,便可脫凡.
방득공명부귀지심하 변가탈범
放得道德仁義之心下,■可入聖.
방득도덕인의지심하 재가입성
부귀와 공명에 얽매인 마음을 다 털어 버려야
비로소 평범하고 속된 것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에 얽매인 마음을 다 벗어 버려야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
034.
利欲未盡害心.意見乃害心之■賊.
이욕미진해심 의견내해심지모적
聲色未必障道.聰明乃障道之藩屛.
성색미필장도 총명내장도지번병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욕심이 다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고집스러운 독단적인 생각이 바로 마음을 해치는 해충이고,
애욕이 반드시 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총명하다고 보는 생각이 바로 도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는 것이다.
035.
人情反復,世路崎嶇.
인정반복 세로기구
行不去處,須知退一步之法.
행불거처 수지퇴일보지법
行得去處,務加讓三分之功.
행득거처 무가양삼분지공
사람의 정은 쉽게 변하고 세상살이는 험난하다.
그러므로 나아가기 어려운 곳에서는
모름지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고,
쉽게 나아갈 수 있는 곳에서도 적절히 양보하는 공덕을 길러야 한다.
036.
待小人,不難於嚴,而難於不惡.
대소인 불난어엄 이난어불오
待君子,不難於恭,而難於有禮.
대군자 불난어공 이난어유례
소인배는 엄하게 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너그러운 마음으로 미워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고,
참된 분을 모실 때에는 공손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공손이 지나쳐 비굴해지지 않도록 예절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037.
寧守渾■,而黜聰明,有些正氣還天地.
영수훈악 이출총명 유사정기환청지
寧謝紛華,而甘澹泊,有個淸名在乾坤.
영사분화 이감담박 유개청명재건곤
차라리 소박함을 지키고 총명함을 물리쳐
약간의 바른 기운을 남겨 천지에 돌려주고,
차라리 화려함을 사양하고 담담함을 달게 여겨
하나의 깨끗한 이름을 세상에 남기도록 하라.
038.
降魔者,先降自心.心伏,則群魔退聽.
항마자 선항자심 심복 즉군마퇴청
馭橫者,先馭此氣.氣平,則外橫不侵.
어횡자 선어차기 기평 즉외횡불침
악마를 항복시키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라.
자신의 마음이 잘 다스려지면 모든 악마들이 스스로 물러갈 것이다.
남의 횡포를 누르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혈기를 다스리라.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평화로워지면
외부로부터 횡포가 침입하지 못할 것이다.
039.
敎弟子,如養閨女,最要嚴出入 謹交遊.
교제자 여양규녀 최요엄출입 근교유
若一接近匪人,是淸淨田中,
약일접근비인 시청정전중
下一不淨種子,便終身難植嘉禾.
하일부정종자 변종신난식가화
자녀를 가르치는 것은 마치 규중의 처녀를 기르는 것과 같으니
무엇보다도 출입을 엄하게 하고 친구를 조심해서 사귀게 하여야 한다.
만일 한 번 나쁜 사람과 어울리게 되면,
이것은 마치 깨끗한 밭에 잡초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아서
한평생 좋은 곡식을 심기가 어려울 것이다.
040.
欲路上事,毋樂其便而姑爲染指. 一染指,便深入萬.
욕로상사 무락기편이고위염지 일염지 변심입만인
理路上事,毋憚其難而稍爲退步. 一退步,便遠隔千山.
이로상사 무탄기난이초위퇴보 일퇴보 변원격천산
정욕에 관계된 일은 쉽게 즐길 수 있을지라도 결코 손끝에 물들이지 말라.
한번 손끝에 물들이게 되면 곧 만 길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이다.
바른 길에 관한 일은 비록 어렵더라도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일단 한 걸음 물러서게 되면 천 개의 산이 앞을 가로막은 듯 멀어지게 될 것이다.
041.
念頭濃者,自待厚,待人亦厚,處處皆濃.
염두농자 자대후 대인역후 처처개농
念頭淡者,自待薄,待人亦薄,事事皆淡.
염두담자 자대박 대인역박 사사개담
故君子居常嗜好,不可太濃艶,亦不可太枯寂.
고군자거상기호 불가태농염 역불의태고적
마음이 두터운 사람은 자기와 남에게 모두 후하기만 하여 모든 일마다 두텁기만 하고,
마음이 담백한 사람은 자기와 남에게 모두 싱겁기만 하여 담백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일상생활의 좋아함과 싫어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두텁거나 적적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042.
彼富我仁,彼爵我義.君子固不爲君相所牢籠.
피부아인 피박아의 군자고불위군상소뇌룡
人定勝天,志一動氣.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인정승천 지일동기 군자역불수조물지도주
다른 사람이 부유함을 내세울 때 나에게는 어진 마음이 있고,
다른 사람이 지위를 내 세울 때 나에게는 의로움이 있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라도 농락을 당하지 않는다.
사람이 머무를 곳을 안다면 하늘도 그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사람이 뜻을 하나로 모은다면 타고난 기질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하느님이 정해 준 틀 속에 갇히지 않는다.
043.
立身,不高一步位, 如塵裡振衣 泥中濯足,如何超達?
입신 불고일보립 여진리진의 이중탁족 여하초달
處世,不退一步處, 如飛蛾投燈 ■羊觸藩,如何安樂?
처세 불퇴일보처 여비아투촉 저양촉번 여하안락
세상사람들보다 한 걸음 높은 곳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먼지 속에서 옷을 털고 진흙탕 속에서 발을 씻는 것과 같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겠는가.
세상살이에서는 한 걸음 물러나 뒤쳐져서 살아가지 않는다면
불나방이 촛불에 날아들고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다가
뿔이 울타리에 걸리는 것과 같으니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044.
學者要收拾精神,倂歸一路.
학자요수습정신 병귀일로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必無實詣.
여수덕이류의어사공명예 필무실예
讀書而寄興於吟■風雅,定不深心.
독서이기흥어음영풍아 안정심심
학문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만일 덕을 닦으면서도 마음이 일의 성공이나 이름 드러내는 것에만 있다면
틀림없이 참된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며,
책을 읽으면서도 읊조리는 맛이나 풍류에만 감흥을 느낀다면
결코 깊은 마음에는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045.
人人有個大慈悲,維摩屠 ,無二心也.
인인유개대자비 유마도회 무이심야
處處有種眞趣味,金屋茅 ,非兩地也.
처처유종진취미 전옥모첨 비량지야
只是欲蔽情封,當面錯過,使咫尺千里矣.
지시욕폐정봉 당면착과 사지척천리의
사람마다 모두 하나의 큰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니
깨달은 사람과 중생이 두 마음이 아니고,
사람사는 곳마다 모두 저마다의 참된 맛과 향기가 있으니
황금으로 꾸민 집과 초가집이 서로 다르지 않다.
다만 욕심에 덮이고 욕정에 가리워 한 번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이것이 지척을 천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046.
進德修道,要個木石的念頭.若一有欣羨,便超欲境.
진덕수도, 요개목석적염두, 약일유흔선, 변추욕경
濟世經邦,要段雲水的趣味.若一有貪著,便墮危機.
제세경방, 요단운수적취미. 약일유탐착, 변타위기
덕을 기르고 도를 닦으려면 목석과 같은 굳은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만일 부귀를 탐내어 부러워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문득 욕망의 세계로 내닫게 될 것이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나라를 다스릴 때는
구름이 지나가고 물이 흘러가는 것같이 무심하고 담담한 취미를 지녀야만 한다.
만일 권력이나 명예를 탐내어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면
이내 위험한 지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047.
吉人無論作用安詳,則夢寐神魂,無非和氣.
길인무론작용안상, 즉몽매신혼, 무비화기
凶人無論行事狼戾,則聲音■語,渾是殺機.
흉인무론행사낭려, 즉성음소어, 혼시살기
좋은 사람은 일상적인 행동이 안락하고 자상하여서
잠잘 때 정신까지도 온화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악한 사람은 하는 일마다 사납고 비뚤어져서
그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에도 살벌한 기운이 섞여 나온다.
048.
肝受病,則目不能視.腎受病,則耳不能聽.
간수병, 즉목불능시. 신수병 즉이불능청.
病受於人所不見,必發於人所共見.
병수어인소불견, 필발어인소공견.
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先無得罪於冥冥.
고군자욕무득죄어소소, 선무득죄어명명
간이 병들면 눈이 보이지 않고 콩팥이 병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
병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들지만
반드시 남들이 모두 다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밝은 곳에서 죄를 얻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에서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임을 안다.
049.
福莫福於少事,禍莫禍於多心.
복막복어소사, 화막화어다심.
唯苦事者,方知少事之爲福. 唯平心者,始知多心之爲禍.
유고사자. 방지소사지위복. 유평심자, 시지다심지위화
복은 일이 적은 것보다 더한 복이 없고,
화(禍)는 마음 쓸 일이 많은 것보다 더한 화가 없다.
그러므로 오직 일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야 일이 적은 것이 복됨을 알고,
마음이 평안한 사람이라야 마음 쓸 일이 많은 것이 화임을 알게 된다.
050.
處治世,宜方.處亂世,宜圓. 處叔季之世,當方圓 用.
처치세, 의방. 처난세, 의원. 처숙계지세, 당방원병용.
待善人,宜寬.待惡人,宜嚴. 待庸衆之人,當寬嚴互存.
대선인, 의관. 대악인, 의엄. 대용중지인, 당관엄호존.
태평한 세상에 살 때는 마땅히 떳떳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 때는 마땅히 원만해야 하며,
평범한 세상에 살 때는 마땅히 떳떳하면서도 원만하여 적절하게 처신해야 한다.
선량하고 착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너그러워야 하고,
악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엄격해야 하며,
평범한 보통 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땅히 너그러움과 엄격함을 함께 지녀
적절하게 대해야 한다.
채근담 소개
*菜根譚 : 중국 명(明)나라 말 홍응명(洪應明;自誠)이 지은 책.
책의 이름은 송(宋)나라 왕신민(汪信民)의 《소학(小學)》 가운데
"사람이 항상 채근(菜根)을 씹을 수 있다면 백사(百事)를 이룰 수 있다"에서
따온 것이다.
명나라 말 유교적인 교양을 기초로 도교·불교를 조화시킨 재치있는 문장으로
구성된 책들이 유행하였는데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로
전집 222조, 후집 135조, 총 357조의 청담(淸談)으로 이루어졌다.
전집은 주로 사람끼리 교감하는 도(道)를 논하면서
처세훈(處世訓)과 같은 도덕적 훈계의 말을,
후집은 자연의 정취와 산속에 은거하는 즐거움을 논하면서
인생의 철리(哲理)와 우주의 이치에 대한 것을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