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부조론(相互扶助論)(

2009. 1. 31. 18:54카테고리 없음

상호부조론(相互扶助論)

‘케빈 베이컨의 6단계(Six degrees of Kevin Bacon)’라는 게임이 있다. 몇 년 전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크게 유행했던 게임이다. 이 게임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몇 단계 만에 연결될 수 있는가를 찾는 게임이다. 예를 들면, 로버트 레드포드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에서 메릴 스트립과 함께 주연을 맡았고, 메릴 스트립은 케빈 베이컨과 <리버 와일드>에 함께 출연했으므로, 로버트 레드포드는 케빈 베이컨과 두 단계 만에 연결된다. 줄리아 로버츠는 덴젤 와싱턴과 <펠리칸 브리프Pelican Brief>를 찍었고, 덴젤 와싱턴은 톰 행크스와 <필라델피아Philadelphia>에 출연했으며, 톰 행크스는 케빈 베이컨과 <아폴로 13호 Apollo13>에 함께 나왔으니, 줄리아 로버츠는 세 단계만에 케빈 베이컨에 도달하게 된다.

나하고 이명박 대통령하고는 몇 촌으로 연결이 될 수 있을까? 내 아내의 벗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척이다. 겨우 나-아내-아내의 친구-이명박 대통령의 친척-이명박 대통령, 4촌이면 아는 관계가 된다.

‘상호부조론’이란, 사회 진화의 근본적인 동력이 개인들 사이의 자발적인 협동 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러시아의 무정부주의 철학자 크로포트킨이 주장하였다. 그는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을 인간 사회의 진화 요인으로 보는 다윈의 이론을 반박한다. (사실 이는 다윈의 이론이라 할 수도 없지만-김영범 옮김, 『만물은 서로 돕는다』, 르네상스, 2005 참조)

크로포토킨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킨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생존경쟁’ 등의 시대를 선도하는 날선 금속성 어휘들에게 격노한 휘슬로 불러 세운다. 그래, 이 세상이 ‘힘세고 교활하니 약탈을 하기에 이상적 조건을 갖춘 인간들’만이 설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크로포토킨의 학설에 의거하면 이 세상에서 물고기, 소금쟁이, 짚신벌레조차도 당당히 생태계의 주역이다. 결코 인간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1초에 18-24개의 이미지를 지각하는데 비해 나이프피시라는 물고기는 1초 동안 1,600가지 전기 충격을 구별한다. 길냥이라 비아냥 소리를 듣는 고양이 또한 그렇다. 1902년 카리브해 마르티니크 섬에서 화산이 폭발했을 때, 생피에르 시민은 3만 명이나 죽었지만 동물 사체는 고양이 한 마리밖에 없었다. 이러한 예를 들자면 이 책 두께로 수 만 권을 쓸 수 있다.

각설하고 그가 예로 든 설치류(齧齒類), 유제류(有蹄類), 반추동물(反芻動物)은 모두 서로 돕는다. 인간도 예외 없다. 원시사회에서부터 지금까지 서로 돕지 않고 오로지 가혹한 경쟁만 일삼았다면, 우리 인류는 벌써 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

『주역(周易)』의 예만 보아도 그러하지 않은가. 주역은 음(陰)과 양(陽) 둘로부터 시작하지만, 이 음과 양이 서로 상대를 도와 64괘를 만들고, 이 64괘가 다시 384효로 발전하여 삼라만상에서 일어나는 경우의 수를 담아낸다. 강아지를 배 다른 형제로 보는 세상 아닌가. 조금만 상대에게 마음을 열어 놓으면 된다.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이미 『혁명의 시대』에서 ‘극단의 시대’라고 갈파했다. 인간과 자연, 육체와 정신, 전쟁과 평화, 부자와 빈자, 경제와 도덕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그사이에 높다란 성벽을 한껏 높이고는 서로에게 종주먹을 들이댄다.

경쟁의 끝을 스산하고도 살풍경하게 경고하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케빈 베이컨 게임’을 열심히 해야겠다. 특히 우리 민족은.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붕어 두 마리가 살았답니다.

어느 날 힘센 붕어 한 마리가 먹이 욕심 때문에 약한 붕어를 괴롭혀 죽였습니다. 힘센 붕어는 연못 안의 먹이를 독차지해 기뻤습니다.

얼마 후 죽은 붕어의 살이 썩어 들어가고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갔습니다.

지금 썩은 그 연못엔 아무도 없답니다.

 

이를 구슬픈 노래로 만든 것이 김민기의 <작은 연못>입니다. 가사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작은 연못>

작사/작곡 : 김민기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의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하루를 산다는 것이 꽤나 힘들다. 환율에, 유가에, 부동산….

세파(世波)가 높고도 거세다.

‘만물은 서로 돕는다’는 ‘상호부조론 구명보트’에 몸을 실어야 할까보다.

케빈 베이컨 (Kevin Norwood Bacon): 미국의 영화배우. <할로우 맨1>, <불가사리>, <리버 와일드>, <미스틱 리버>, <스위트룸>, <데스 센텐스> 등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표트로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Pyotr Alekseevich Kropotkin,1842~1921): 모스크바 명문 귀족 출신이다. 그는 지리학·동물학·사회학·역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얻었지만 세속적인 출세의 길을 버리고 혁명가의 생애를 택했다.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 운동)의 일급 이론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