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돈으로 환전합니다

2009. 1. 31. 12:14카테고리 없음

사랑을 돈으로 환전합니다

 

에모토 마사루(江本勝)의『물은 답을 알고 있다』(나무심는사람,2002)라는 책을 읽고 놀랐다. 어느 나라 말이든 ‘사랑’, ‘감사’라는 글을 보여준 물에서는 아름다운 육각형 결정이 나타났고, ‘악마’라는 글을 보여준 물은 중앙의 시커먼 부분이 주변을 공격하는 듯한 형상을 보였다고 한다. 또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했을 때는 정돈된 깨끗한 결정이나 예쁜 형태의 육각형 결정을 이루었지만, ‘망할 놈’, ‘바보’, ‘짜증나네’, ‘죽여버릴 거야’, ‘하지 못해!’ 따위의 부정적인 어휘에 대한 반응은 어린아이가 폭력을 당하는 듯한 형상을 보였다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저렇듯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내 대학시절이던가, 어느 재주 있는 이가 만든 사랑에 관한 수식數式이 있다. ‘5(오해)-3(세 번 생각)=2(이해)이고, 2(이해)+2(이해)=4(사랑)’이라고. ‘오해’를 풀고 ‘이해’를 하며 두 사람만의 삶의 밭을 일구어 나가는 것, 이것이 ‘사랑’이란 뜻이다. 그래 사랑의 밭을 개간하기 힘들어, 사랑에 속고 속이며, 사랑에 울고 웃으면서도 사랑을 떠날 수 없는 것은 아닌가한다.

 

하지만 요즈음, 저러한 사랑을 어떤 이는 ‘구멍가게 진열대 위의 상품’ 정도로, 혹은 ‘운명의 장난이 빚은 실수’ 따위로 여긴다. 사랑이 고작 돈으로 환전하는 상품이요, 정해진 운명 위의 고명에 지나지 않는다면 참으로 삭막한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호주 원주민인 ‘참사람 부족’은 우리 같은 문명인을 ‘무탄트’라 부른다. ‘무탄트’란 ‘돌연변이’라는 뜻이다. 돌연변이는 유전물질인 DNA가 갑자기 변화하여 자손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지나치게 물질화되어 급기야는 저 아름다운 ‘사랑’이란 말까지 오염시켜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리다. 정녕 사랑을 모르는 돌연변이들이 잡화점에서 인스턴트식 사랑을 사고판다면, 그 세상은 저주받은 땅일 것이다. 그래, 사랑하여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행복한 사람치고 사랑 않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