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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5. 13:28은행나무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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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눈가에 한 움큼의 빗방울이 들이쳤다.

눈가 주름살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더욱 형의 괭한 눈을 선명히 드러내었다. 30대 초반치고는 꽤 늙수구레한 얼굴이다.

나는 형의 눈가를 애써 외면해야만 했다.

..........

 

아주머니가 따뜻한 커피를 내밀었다.

눈가를 훔친 형은 몇 모금 목을 축인 후 조용히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은행나무골로 가기 위해 역전에 내렸지.

2년만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진눈깨비만이 나를 맞았지.

역 광장엔 수북하니 눈이 쌓여 있더군.

나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시계를 보았지.

오전 기차를 탔는데도 이미 시계는 3시를 넘어섰더군. 여하간 이제 근 20여 리를 걸어가야만 했어. 역 앞에는 2년 전에는 없던 음식점이 제법 있더군. 아침을 굶고 나온 터였기에, 배는 주렸지만 입맛은 칼칼했어. 눈길을 걸을라치면 잠시 시장기라도 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들어가고 싶은 음식점이 없더군.

<별다방>이 보이더군. 시골 간이역과는 어울리지 않게 간판이 해끄므레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