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2009. 1. 24. 10:40

발자국

도시에도 눈은 옵니다.

어릴 적 생각이 나 조그만 공터 한 구석을 걸어 보았습니다.

발자국이 나를 따라 옵니다.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문득 저런 시가 생각납니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모름지기 걸음을 흩트리지 마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을 걷는 나의 이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꼭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

 

휴정(休靜, 서산대사, 1520 ~ 1604) 스님의 오언절구 한시입니다.

1948년 남북협상 길에 나선 백범 김구 선생이 38선을 넘을 때도 이 시를 읊으셨다고 합니다.

38선을 넘는 것에 대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들의 따가운 질타를 이 시를 읊어 굳건히 하셨다지요.

 

내 발자국도 저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