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2008. 8. 7. 09:17
 

역원근법을 아시는지요?


엊그제가 ‘수능 100일’이랍니다.

고3 아들 녀석이 잔뜩 긴장했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싶답니다. 도서관으로 학교로, 학원으로, 종종걸음 치는 아이가 딱합니다.


‘원근법(遠近法, Perspective)이란 말을 아시지요.

그렇습니다. 원근법이란, 일정한 시점에서 본 물체와 공간을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멀고 가까움을 느낄 수 있도록 평면 위에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쉽게 풀어 말하면 길을 그릴 때 가까운 곳은 넓고, 멀리 갈수록 좁아지게 그리는 것이 원근법이지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원근법이 사물의 표현으로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혹 ‘역원근법(逆遠近法)’이란 말을 아시는지요?

역원근법은 배경의 입체를 전경(前景)의 입체보다 크게 그리거나, 화면의 중심을 향하여 집중하여야 할 선을 반대로 확산하여 그리는 방법입니다. 즉 길이 뒤로 갈수록 넓어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럴 수 있느냐고요? 가능합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사물을 보는 자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원근법은 고정된 시각으로 본 것입니다. 길을 가운데 서서 보니 당연히 앞은 넓고 뒤는 좁지요. 원근법으로 그리면 길은 한 모습일 뿐, 융통성이라곤 없습니다. 허나 역원근법은 길의 옆에서도, 위에서도, 혹은 대각선으로도 봅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앞이 넓기도, 좁기도, 굽기도…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오늘, 어제도 그러하였지만 처음 살아봅니다.

원근법이 아닌, 역원근법적으로 어제 본 것과는 다른 세상을 보았으면 합니다. 어제까지 진리였던 것이, 그래 신주 받들 듯 한 것이, 오늘 보니 거짓인 경우도 참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어느 대학 나왔냐?’를 갖고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이야기한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입니다.

먼 후일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사회를, 혹 원근법이 지배한 세상으로 보지 않을는지 걱정이 됩니다.

2008. 8. 7.

간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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